최지은 전임연구원
최지은 전임연구원
최근 유명 인플루언서 프리지아가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인 솔로지옥에 나온 후 짝퉁 착용 논란이 큰 화제가 됐다. ‘샤넬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명품에 대한 기호는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명품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일명 ‘짝퉁’ 시장 또한 급속도로 커져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세포마켓(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1인 마켓)의 규모가 증가하며 위조품의 진입장벽도 더욱 낮아지고 있다. 필자 또한 보다 저렴하게 해외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크로켓(해외 구매대행 마켓 플랫폼) 등과 같은 구매대행 서비스를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구매대행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구매한 제품이 혹시 가품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해외 직구 또는 구매대행으로 제품을 구매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위조품 구매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고 위조품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는 것일까?

의류, 화장품, 휴대폰, 반도체무차별 위조 글로벌 확산

위조품 시장은 더욱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전세계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된 위조품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000조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거래액의 10% 규모다. 연평균 20%씩 성장해 왔으며 2023년에는 1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개 위조품이라고 하면 명품만을 생각하지만 위조품은 가방, 화장품 같은 소비재에서부터 식품, 가전기기, 반도체, 스마트폰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작년에 반도체 공급 부족사태가 일자 가짜 반도체칩이 유통되는 일들이 발생했다. 영국의 반도체칩 유통업체 프린셉스 일렉트로닉(Princeps Electronics)은 올해 들어 반도체칩 진품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 요청이 4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때로는 3달러짜리 반도체 칩의 진위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수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반도체 제품을 사는 가격보다 진품 검사 비용이 더 들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또한 짝퉁 삼성 제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평가앱 안투투(AnTuTU)의 ‘2021년 가짜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짝퉁 스마트폰 시장 내 삼성의 점유율은 40.8%에 달할 정도로 짝퉁 삼성폰이 성행 중이라고 한다. 또한 작년 말 인도 뉴델리의 여러 전자제품 거래 시장을 급습하여 짝퉁 삼성전자 LED TV를 대거 적발한 사건이 있었다. 저품질 LED 패널에 삼성 상표를 붙여 팔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당시 압수한 TV의 가치는 총 1500만 루피(2억 3375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한줄기 빛, AI 위조품 감별사

수없이 쏟아지는 위조품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점차 AI 기반 위조품 탐지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으며 고객 신뢰도 제고를 위해 디지털 인증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도 위조품을 피해갈 수 없다. 아마존은 위조품을 근절시키기 위해 2019년도부터 자체적인 위조품 모니터링 프로그램인 ‘Project Zero’를 출시하였다. 제품업체가 아마존에게 로고, 트레이드마크, 제품의 세부 특징에 대한 정보를 넘기면 아마존은 AI를 활용하여 모든 상품들을 자동으로 스캔하고 위조품을 적발해 내어 상품을 삭제한다. 아마존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이 수작업으로 검수를 할 때보다 같은 시간에 100배는 더 많은 위조품을 적발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스타트업인 엔트루피(Entrupy)는 4백만 개 가방의 진가품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학습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다. 스마트폰에 엔트루피의 현미경 카메라를 부착한 후 앱을 설치해 간편히 사용할 수 있다. 앱에 내장된 AI 알고리즘을 통해 색상, 바느질, 가죽 패턴, 가죽 모공 등 500~1500개의 개별 데이터 포인트를 분석하여 진품 여부를 3~5분 만에 알려준다. 진품 판별 정확도는 99.1%에 이른다고 하며 고급 위탁 판매점, 온라인 리셀러 등 약 160개의 기업이 엔트루피의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또한 이제는 운동화에 대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으로 운동화 전용 진품 판별 앱이 출시될 예정이다.

마크비전(Marqvision)은 위조품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시작해서 작년 말 불법 콘텐츠 모니터링 시스템인 ‘Anti-Piracy’를 새롭게 출시했다. AI 기반 이미지 인식 및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불법 콘텐츠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한다. 불법 콘텐츠 웹사이트 데이터베이스 약 10만여 개를 학습해 인식한 정보를 비교 분석하여 불법으로 유출된 콘텐츠를 잡아 낼 수 있고, 웹툰, 웹소설과 같이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루어진 콘텐츠 산업에 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AI 감별사가 사후 감시라면 판매 제품의 정품 여부를 인증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인증서를 활용할 경우 위변조 사전 방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제품 판매처, 제작일, 시리얼 넘버 등 데이터를 합쳐 제품마다 각기 다른 특수 QR코드를 부여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고객이 직접 정품 여부를 확인 할 수 있어 더욱 안심할 수 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화보집 ‘2021 THE FACT BTS PHOTOBOOK SPECIAL EDITION’에 해당 기술이 적용되어 판매된 바 있다.

아직 AI 감별사는 도입 단계에 머물러있는 수준으로 주로 의류 제품 등 일반 소비재에 한해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더욱 다양한 산업 군으로 확장될 것이다. 또한 AI 감별사와 더불어 디지털 보증서 등 2중, 3중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들도 등장하여 위조품 감별에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수 시간과 비용 절반으로 줄여주는 AI

정부와 민간기관이 조사한 지난해 국내 기업의 위조품 피해 건수는 1000여 건 이상이며, 위조품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무려 17조원 이상이란 게 산업 전문가의 추산이다. 위조품을 단속하는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이 2010년 출범되어 지금까지 운영되어오고 있지만 현재 단속 인력은 단 24명에 불과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위조품들을 일일이 검수하고 단속하기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마크비전에 따르면 기업이 수동으로 가품을 찾아 신고 처리하는 데 드는 적발 비용은 건당 약 2만원, 소요 시간은 30분 가량이다. 반면 AI를 썼을 때 가품 식별에 드는 비용은 760원, 소요시간은 36초 정도다. 비용은 50분의 1, 시간은 30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어든다. 위조상품 제조·유통사에 대한 법적 대응도 쉬워진다. 스크린샷을 일일이 찍어 증거자료를 모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AI는 부족한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위조품으로부터 기업 자산과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이다.

AI 감별사 육성해 '위조품 프리' 시장 만들자

위조품은 제조업체, 유통업체, 개인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남긴다. 허나 위조품으로 발생한 손실은 현실적으로 구제받기가 어렵다. 최근 음성적으로 물건을 파는 세포마켓이 활성화되다 보니 이를 통해 잘못 구매한 경우 환불이 더욱 어려운 구조가 되어 소비자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짝퉁이 유통되면 퀄리티가 낮은 제품으로 낙인찍히게 되고 브랜드 가치가 심하게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실질적인 구제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므로 사전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역할을 해줄 것이 바로 AI 감별사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AI 감별사를 더욱 고도화하고 더 많은 제품군에 활용하기 위해선 양질의 데이터와 수많은 데이터 학습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개별 솔루션 업체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여 산업 차원의 AI 감별사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물론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 나오더라도 위조품을 근절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AI의 도움을 받는다면 더 많은 기업과 개인의 권리가 보호받고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위조품 모니터링 시스템을 자동화함으로써 가짜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위조품 시장에서 기업들의 지식재산권과 소비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AI 감별사가 제 역할을 해주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