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 모델] <5>
차기 정부가 해야 할 디지털·AI 정책 (4)
국가 발전과 사회 혁신의 성공 원리, 그리고 AI와 새 정부의 역할

국가를 발전시키고 부강하게 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정치인들이 때때로 이를 무시해서 그렇지 학문적으로는 이미 증명이 되어 있다. 더글라스 노스(Douglass North)는 공산주의 사상이 창궐했던 1940~50년대에, 미국에서도 진보적 학풍으로 유명한 UC버클리에서 경제학, 철학, 정치학 세 학문 분야를 전공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한 환경에서 공부하면서, 어떤 국가는 왜 부강해지고, 어떤 국가는 왜 가난해지는가를 연구 주제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 샌디에고는 그토록 풍요로운데, 40킬로미터도 안떨어진 멕시코의 티후아나는 왜 가난한가, 같은 언어와 피부색을 가진 민족이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 북한은 왜 그토록 가난하고, 남한은 왜 풍요로운가 등을 집중 연구했다. 그 결과 개인의 재산권을 잘 보호하고, 이를 잘 활용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가진 나라가 부강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실증적으로 밝힘으로써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개인의 재산권은 인권, 심신과 두뇌의 건강 등이 포함된다. 재산권이 잘 보호되지 않는 국가가 인권을 잘 보호할 리가 없다. 권력에 의한 성추행이 일상화되어 여성들이 그것이 성추행인지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인, 최악의 인권국가 북한을 보면 알 수 있다(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 등 참조). 결국 재산권은, 인권, 건강과 연결되고, 이는 인적 자본 관점으로도 접근 가능하다. 재산권을 보호하는 나라는 인적 자본을 튼튼히 구축하는 나라가 된다. 국가의 자본은 물적(토지, 자원, 지리적 환경)자본과 경제적 자본(돈)뿐만 아니라 지적자본과 문화 상징 자본, 그리고 심지어 매력자본으로도 구성된다 할 수 있는데, 지적자본은 인적자본, 사회적자본, 구조적 자본으로 구성된다. 재산권을 잘 보호하는 나라는 국민의 건강과 지능, 행복, 교육 수준을 잘 보호할 수 있어 강한 인적 자본을 가지게 된다.이를 바탕으로 디지털·AI를 최대한 활용하여 국민을 교육, 재교육하는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은 상식이다.

노스는 재산권의 활용도 강조했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거래비용을 줄이려면 시장경제를 활성화하여 각 주체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솔루션을 찾고, 지식을 발견하는 적응적 효율성(Adaptive Efficiency)을 달성해야 한다. 권력기관이나 파워엘리트가 의사결정을 독점하여 신속 집행하는 것이 언뜻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경제주체들의 인센티브를 무시, 무기력하게 만들어, 경제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하므로 사회가 정체되고 경제가 나빠진다. 과거 한국의 군사독재정부체제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국제그룹 강제 해체나 군부에 의한 방송통폐합 등 권력에 의한 재산권의 침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항하여 진행된 민주화과정은 결국 재산권을 보호하고, 사회주체의 시장경제적 활동을 보장하여 거래비용을 줄였으며, 한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부강한 국가는 공유재산권 역시 잘 보호하고 잘 활용한다. 군대는 외적으로부터 국가의 공유재산권인 국토를 보호하는 수단이며, 맑은 공기, 맑은 물 등 자연 환경의 보호는 국가 공유 재산권의 품질을 보호하는 활동이다. 동시에 이러한 공유재산권을 어떻게 잘 활용하는 제도를 갖추어 나갈 것인가가 강한 국가를 이룩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항만, 도로, 통신 등 국가의 공유재산권인 전통적 사회기반시설을 계속 고도화하고, 이를 특정 주체가 독점하지 않도록 하여 그 활용을 극대화하는데에 디지털·AI를 활용하는 동시에 구성원이 보유하는 인공지능 역시 재산권의 보호와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공공 인공지능을 계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손쉽게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민간이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동시에 더욱 잘 활용하도록 하는 인공지능 공유 비즈니스 모델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와 인프라를 잘 구축해야 한다.

노스의 이론에 벽돌을 하나 더 올려놓은 저작이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공저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이다. KBS ‘부국의 조건’, EBS ‘위대한 수업’등에서도 많이 다룬 내용으로, 재산권 보호와 활용, 거래비용의 최소화에 이어 참여와 포용의 확대를 부국의 추가적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경제 사회 문화 체제가 부국을 만든다는 것이다. 노예가 해방된 국가, 계급이 나눠져 있지 않은 국가가 부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더글라스 노스의 재산권이론으로 연결된다. 더 많은 국민의 참여와 포용이 보장된 국가는 더욱더 폭넓은 인적 자본을 확보하게 되고, 더 원활히 그 인적자본을 활용하게 되므로 부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지적자본은 사회적 자본과 구조적 자본도 포함하는데, 디지털·AI의 적절한 활용은 국가 내의 소통과 국가 간의 소통을 활성화하여 국가의 사회적 자본, 관계 자본을 증진시켜 부국에 기여한다.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한 국가는 사회 구성원의 결속을 높여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타국과의 관계도 촘촘하게 구축해 놓아야, 국가 생존 역시 도모할 수 있다. 구조적 자본 또는 프로세스 자본은 일하는 방식, 도구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의미하는데, 디지털·AI는 이에 직결된다. 한국이 지난 수십 년간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은, 구조적 자본을 다른 나라보다 획기적으로 확충해왔기 때문이다. 도로,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에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의 끊임없는 투자, 정보화에 앞서가자고 했던 과거 30년의 노력 등으로 일궈낸 전자정부 1등 국가, 삼성전자 등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 10대기업의 탄생, 구글 아마존도 장악하지 못한 네이버, 쿠팡, 카카오 등 국산 인터넷 산업생태계 등은 한국의 구조적 자본이 우수한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하고 있다.

행운의 국가 한국은 최근 상징 자본, 문화자본까지 확충하고 있으며 매력 자본도 나름 갖추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인은 프랑스인 못지않은 문화 예술 음미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이탈리아인에 못지않은 유머, 영국인에 못지않은 미소, 브라질인에 못지않은 춤 실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국제적 연대와 공감 능력, 용기와 긍정, 책임과 배려 등의 문화 상징 매력 자본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한국인이 세계 최고의 매력 국민이 되는데에 디지털·AI에 기반한 의료, 미디어 기술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웹툰은 새로운 한류가 되고 있고, 아기상어는 이미 전 세계 알파세대(2010년대 이후 출생)를 사로잡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이 TV와 영화시대에 미국의 문화를 세계에 심었다면, 디지털·AI시대는 세계 각국에게 문화 상징 매력 자본 확충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는 혁신이 수반된다.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늘 힘들다. 반대자가 있고, 선도자가 있다. 선도자의 이익과 위험 감수, 선도적 다수의 동조에 의해 혁신은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실용적 다수가 따라오게 되면 변화를 거부하던 반대자들도 결국 따라오고 수긍하게 되는 것이 경영 혁신 및 확산 이론의 요체다. 기존 습관과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창조를 위해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게 마련인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사용자, 시민)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참여와 사용이 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사용과 참여를 위한 규범과 문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경영정보학의 주요 이론과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부와 대통령은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YS의 문민 정부, DJ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의 참여 정부, MB의 녹색 성장, 박근혜의 창조경제라는 캐치프레이즈는 국민들에 하나의 규범과 문화적 분위기를 제시한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어떤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울 것인가? 코로나도 잘 버틴 한국 국민들은 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에 잘 협조할 것이다. 국민의 새로운 공복은 앞으로 5년간 어떻게 국가를 국민의 뜻을 받아 경영할 것인지 그 부국과 혁신의 정책 기조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경영학 &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