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뼈 성장선 등 봄 특성 보여…작년 12월 이어 두 번째 같은 결과
철갑상어 화석이 증언한 6천600만년 전 봄날의 비극
약 6천600만 년 전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의 멸종을 가져온 소행성 충돌이 봄에 이뤄졌다는 증거가 다시 제시됐다.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Chicxulub)에 지름 10㎞가 넘는 소행성이 떨어져 지구상의 동식물 75%를 사라지게 한 대사건이 일어난 계절이 봄이라는 것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특정된 이후 두 번째다.

이번에는 소행성 충돌 뒤 60분 이내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철갑상어 화석이 증거가 됐다.

스웨덴 웁살라대학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예로엔 반 데어 루베 조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미국 노스다코타주 남서부 타니스(Tanis) 지역에서 발굴된 철갑상어 화석의 뼈 성장선과 고선명 싱트로트론 X선 및 탄소 동위원소 분석 등으로 얻은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r)에 발표했다.

칙술루브 소행성 충돌은 대륙판을 흔들고 바다와 호수 등에 대형 파도를 만들면서 엄청난 양의 퇴적물을 쓸어와 어류를 산채로 매장했으며, 하늘로 날아올랐던 물질들은 작은 유리구슬 형태의 알갱이인 '텍타이트'(tektite)가 되어 비처럼 내렸다.

타니스에서 발굴돼 연구팀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주걱철갑상어를 비롯한 여섯 마리의 철갑상어 화석도 이렇게 형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철갑상어 화석이 증언한 6천600만년 전 봄날의 비극
유럽싱크로트론방사선시설(ESRF)의 싱크로트론 X선 이미지를 통해 철갑상어 화석 아가미에 텍타이트를 비롯한 충돌 잔해가 끼어있는 것이 확인됐지만 소화기관까지 이르지는 않아 소행성 충돌 직후에 죽음을 맞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철갑상어 아래턱뼈와 가슴지느러미 가시를 얇게 썰어 분석한 결과, 나무의 나이테처럼 밝고 어두운 선이 반복되며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성장선이 확인됐으며 가장 바깥에서 겨울이 끝나고 성장이 점점 더 빨라지는 단계에서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웁살라대학 박사과정 대학원생 멜라니에 두링은 "시기가 4월쯤인 것 같다"면서 "여름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주걱철갑상어 뼈 화석의 탄소-13 동위원소가 먹이인 동물성 플랑크톤 섭취가 늘어나면서 탄소-12보다 상대적으로 늘어나는데, 탄소동위원소 분석에서 여름 절정기 때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추론의 근거가 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웁살라대학 고생물학자 데니스 보에텐은 "분석 대상이 된 모든 화석에서 골 세포의 밀도와 양 등을 수년에 걸쳐 추적할 수 있었는데, 죽음을 맞은 마지막 해에 증가세를 보였지만 절정을 맞지는 않았다"고 했다.

연구팀은 봄은 생물이 겨울을 지내고 번식을 준비하는 민감한 시기라면서 갑작스러운 소행성 충돌로 북반구의 생물이 그대로 위험에 노출됐던 것과 달리 남반구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던 시점이라 상대적으로 덜 취약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링은 "이번 성과는 공룡을 비롯해 지구상의 생물 상당수가 멸종하는 와중에도 조류와 초기 포유류 등은 멸종을 모면할 수 있었던 이유를 규명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FAU) 지구과학과 겸임교수 로버트 드팔머가 이끄는 연구팀도 타니스에서 발굴된 어류 화석의 성장선 등에 대한 비슷한 연구를 통해 소행성 충돌 계절을 봄으로 특정하는 첫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철갑상어 화석이 증언한 6천600만년 전 봄날의 비극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