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딥브레인이 이중언어 AI앵커 모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에서 딥브레인이 이중언어 AI앵커 모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해외 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토종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국내에 안주하지 않고 자사의 특화된 AI 기술에 맞는 해외 시장을 적극 찾아나서는 모습이다.

190조 美 산불 피해, 토종 AI가 해결

AI 스타트업 알체라는 최근 미 서부 최대 전력회사 PG&E와 산불 감지 시스템 실증사업을 하고 있다. PG&E는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카메라 140대로 산불을 감지하고 있다. 단순 영상 촬영만으론 야간 감지와 정확한 산불 위치 추적이 어려웠다. 알체라는 감시 카메라 중 46대에 자체 개발한 화재 감지 솔루션 파이어스카우트를 적용했다.

파이어스카우트는 야간 산불 감지가 가능하다. 주야간 데이터를 AI가 모두 학습해 산불 감시를 24시간 체계로 확장했다. 적용된 AI는 산불 감지를 방해하는 도시 불빛과 자동차 전조등 빛을 구분해 인식할 수도 있다. 산불 발생 위치 추정 능력은 기존보다 훨씬 높아졌다. 미국의 광대역 카메라 네트워크 데이터를 활용해 연기가 솟아오르는 방향을 추정, 지도에 표시하고 소방대를 출동시키는 체계를 구현했다.

알체라 솔루션은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 시장에 최적화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산불 피해액이 가장 컸던 해는 2019년으로 약 2689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은 연간 산불 피해 규모가 190조원에 달한다. 황영규 알체라 대표는 “미주 대륙 전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본격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 55% 선점 나선다

의료 AI 분야는 글로벌 진출이 필수인 분야로 평가된다. 인종·국가마다 세밀한 데이터 차이는 존재하지만 질병을 AI로 진단하는 기술 자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체로 유효하다는 평가다.

의료 AI 기업 루닛은 지난달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브라질 등 5개국이 참여하는 의료기기 단일 심사 프로그램 MDSAP 인증을 받았다. MDSAP는 국제 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이 운영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으면 MDSAP에 가입된 5개국 규제 기관으로부터 의료기기 제조 시설에 대한 인증 심사를 전면 또는 일부 면제받는다. 이들 5개국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232억달러(약 266조5000억원)에 이른다. 세계 시장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루닛은 AI 흉부 엑스레이 영상분석 솔루션인 루닛인사이트 CXR, 유방촬영 AI 분석 솔루션 루닛인사이트 MMG 등을 세계 38개국을 대상으로 출시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의료기기 제조 시설의 품질관리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며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대만 식품의약품청으로부터 제조·판매허가를 획득한 기업 뷰노, 일본 후생성 산하 의약품 의료기기 종합기구(PMDA)에서 긴급 승인을 받은 JLK 등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美·中 뻗어나가는 AI 휴먼

AI 휴먼(가상인간) 역시 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개발한 AI 휴먼 로지 외에도 릴 미켈라(미국), 이마(일본), 아일린(태국), 화즈빙(중국) 등 유명 가상인간들이 광고모델과 유튜버 등으로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CES 2022’에선 토종 스타트업 딥브레인AI가 AI 앵커 제니퍼를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제니퍼는 아리랑TV의 한 앵커를 모델로 개발됐다. 한국어 영어 등 2개 국어가 가능하고 톤과 억양, 입 모양, 제스처까지도 실제 앵커와 차이가 별로 없다. 이용자가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AI 휴먼이 그대로 말해주는 영상 편집 플랫폼인 AI 스튜디오스도 함께 선보였다. 현장에서 BBC, 미국 대학 등 여러 곳이 관심을 보였다. 딥브레인은 2020년 6월 중국 상하이법인을 설립하고 베이징방송 칭하이방송 등 중국 방송사에 AI 앵커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장세영 딥브레인AI 대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새로운 사업 활로를 모색하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