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광 하이로닉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박석광 하이로닉 대표 / 사진=김기남 기자
박석광 대표는 2021년 4월 하이로닉의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LG이노텍, KH바텍 등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하던 박 대표는 이진우 전 대표(현 하이로닉 이사회 의장)의 요청에 2019년 9월 연구소장으로서 하이로닉과 처음 연을 맺었다. 취임 후 약 2년간 그는 회사가 개발 중이던 장비를 양산해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제 이들 제품으로 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피코하이’ 내년 해외 판매 본격화
하이로닉은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피코하이의 ‘시판 전 허가(510k)’를 획득했다. 510k는 기존 시판 기기와의 기능적 유사성을 입증하면 받을 수 있다. 510k 승인 후 미국 판매가 가능하다. 피코하이는 지난 6월 유럽 의료기기 품목허가(CE-MDD)도 받았다.

하이로닉은 이를 발판 삼아 내년 본격화될 글로벌 오프라인 학회 및 무역전시회에 참가해 제품을 알릴 예정이다. 공급계약을 논의 중인 곳도 있다. 한국, 유럽 등의 품목허가로 현지 판매가 가능한 지역이다. 피코하이는 2020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제조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피코하이는 피코초(ps)로 기미·주근깨·문신 등 색소 입자를 제거하는 엔디야그 레이저 수술기다. 엔디야그는 색소를 파괴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파장의 레이저다. 피코초는 ‘1조분의 1초’다. 레이저 조사 간격이 1조분의 1초란 의미다. 이는 기존 레이저 기기에서 주로 사용되던 나노초(10억분의 1) 대비 1000배 짧은 수치다.

조사 간격이 짧을수록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켜 색소 입자를 더욱 잘게 쪼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자가 미세해지면 제거도 쉽다. 박 대표는 “나노초가 뭉툭한 바늘로 바위를 자갈로 만든다면, 피코초는 가는 바늘로 자갈을 모래로 쪼갠다”고 비유했다.

피코초 레이저 기기를 만든 게 하이로닉이 처음은 아니다. 피코하이의 핵심은 ‘300피코초’라고 강조했다. 같은 피코초라도 조사 간격이 짧으면 입자는 더 작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레이저 장비도 진화해야 한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외에 상용화된 장비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속도가 바로 300피코초”라며 “300피코초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출력하는지도 중요한데 지난해 국내 출시 이후 이 제품을 사용한 여러 병원의 평가가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신제품 판매와 마케팅 강화로 매출 확대 노력
신제품 ‘브이로’ 판매에도 주력한다. 브이로는 하나의 핸드피스(handpiece)로 집속초음파(HIFU)와 고주파(RF)를 교차 조사하는 집속형 초음파자극시스템 기기다.

집속초음파는 초음파 에너지를 한곳에 모을 때 생기는 고열로 피부 속 지방과 근육 사이의 근막층(SMAS)을 수축시켜 피부 탄력 개선을 돕는다. 대표적인 제품이 독일 멀츠의 ‘울쎄라’다. 그러나 집속초음파는 피하지방층에 충격을 가해 따끔따끔한 통증이 수반된다.

박 대표는 “집속초음파 시술은 조사 간 쉼(텀)이 필요한데, 브이로는 집속초음파 조사 사이에 피부 근육 이완 효과가 있는 고주파를 조사해 통증을 완화한다”며 “여러 실험을 통해 집속초음파와 고주파 조사시간도 최적화했다”고 말했다. 집속초음파를 한군데에 여러 번 조사할 경우 발생하는 화상(번) 위험도 줄였다. 두 가지 안전센서로 집속초음파가 이동 없이 한 곳만을 조사하거나 목표 부위를 벗어나 조사하는지를 감지해 중단시킨다. 이는 하이로닉만의 국내 특허 기술로, 현재 해외 출원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핸드피스 모양을 날렵하게 만들어 가시성을 높였다. 또한 핸드피스에 장착한 디스플레이에서도 간단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데이터 기억(메모리) 기능을 추가해 환자의 시술 이력도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원격제어 기능도 추가했다.

집속초음파자극시스템 시장의 전망도 밝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집속초음파자극시스템 수출입 금액은 2017년 591만 달러에서 2018년 2057만 달러, 2019년 3075만 달러로 연평균 49.5% 상승했다. 하이로닉은 브이로를 ‘뉴더블로’라는 제품명으로 미국과 유럽에도 판매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아띠베뷰티에 거는 기대도 크다. 아띠베뷰티는 개인용 의료기기 및 비의료기기 판매 자회사다. 하이로닉은 아띠베뷰티의 마케팅을 강화해 개인용 제품 판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광고모델로 가수 이승윤 씨를 발탁해 영상광고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 협력사도 발굴했다. 박 대표는 “마케팅 활성화로 아띠베뷰티 매출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상승세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사업 파트너 찾아 투자할 것
박 대표는 올해 하이로닉의 매출이 연결재무제표 기준 2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매출은 130억 원이었다. 하이로닉은 3분기 64억 원 등 올 들어 3분기까지 약 14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실적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약 270%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연수요와 더불어 신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다.

박 대표는 “4분기에도 특별한 악재 요인이 없는 만큼 3분기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며 “신제품 기반이 다져질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높아진 목표치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계획도 진행 중이다. 하이로닉은 내년 초 준공을 목표로 충북 청주시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에 제2공장을 건설 중이다. 대지면적 7000㎡에 연면적 1292㎡ 규모다. 생산능력(캐파)은 약 2배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 2공장은 내년 하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개인용 미용 의료기기 사업도 확대한다. 박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병원 시술보다 저렴하고 간편한 개인용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라며 “회사가 가진 병원용 의료기기 개발 역량을 발판 삼아 관련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사업도 모색 중이다. 박 대표는 “의료기기 외 신규 사업을 위해 조력자가 돼줄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핫 컴퍼니] 하이로닉, 신제품과 신사업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한다
이도희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