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인천생활치료센터에 있던 코로나19 환자 A씨가 입소 8일 만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생활치료센터는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무증상이거나 경증인 사람을 격리 치료하는 곳이다. 이 환자는 입소 당시엔 증상이 없어서 별다른 조치를 안 했는데, 이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해 사망하고 말았다. 같은 달 충남 아산생활치료센터에서도 60대 남성 확진자 B씨가 비슷한 사유로 숨졌다.
"갑자기 중증으로 갈 확진자"…AI가 초기에 정확하게 예측
이렇게 예기치 못한 사망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증상·경증 환자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잠재 위험도는 심각한 수준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그동안엔 의사의 개인적 임상 경험에 따라 환자를 진단하다 보니 잠재적 위험도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A씨나 B씨처럼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이 코로나19 확진자의 잠재적 위험도를 판단하는 솔루션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AI 기반 코로나19 예후예측 솔루션’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솔루션의 시제품 개발이 완료돼 19일부터 세종생활치료센터에서 성능 검증을 한다고 밝혔다.

AI 기반 코로나19 예후예측 솔루션은 삼성서울병원, 충남대병원 등 의료기관과 루닛, 뷰노 아크릴 등 AI 기업 등 총 11개 기관이 작년 7월부터 개발해왔다. 이들 기관은 올 9월까지 환자 4258명의 의료 데이터 2만9988건을 AI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무증상·경증 환자 가운데서 급격히 증상이 악화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아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코로나19 환자가 왔을 때 증상 악화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이 솔루션이 현장에 적용되면 증상이 약하더라도 잠재적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선별해내 입원 치료 등 조치를 적시에 할 수 있게 된다. 오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 AI 솔루션의 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의 핵심은 무증상·경증 환자의 재택 치료를 확대하는 것이다. 재택 치료가 많아지면 “집에 있다가 갑자기 증상이 나빠져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때 AI 예후예측 솔루션이 재택 치료를 해선 안 될 사람을 잘 선별하면 억울한 사망 등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11월까지 세종생활치료센터에서 AI 기반 코로나19 예후예측 솔루션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성능이 확실히 입증됐다”는 결론을 얻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상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내년엔 신종플루와 같은 다른 호흡기 질환으로 AI 예후예측 솔루션을 확대 개발할 계획이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코로나 예후예측 솔루션 시제품을 성능 검증 등을 거쳐 더욱 고도화함으로써 ‘위드 코로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