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성 딥아이 이사 / 사진=딥아이
전우성 딥아이 이사 / 사진=딥아이
“마케터는 유행만 쫓지 말고 트렌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우성 딥아이 이사는 “마케터가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좋지만 유행을 쫓기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행하는 것에만 민감하면 그 방식 안에 갇히기 쉽다”며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려면 트렌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인 딥아이에서 브랜딩을 담당한다. 삼성전자에서 마케터 경력을 시작해 네이버를 거쳐 29CM와 스타일쉐어에서 각각 브랜딩 디렉터를 맡았다.

Q: 딥아이에서 만들고 있는 유행은

A: 딥아이는 실시간 가상 피팅 안경 쇼핑몰 ‘라운즈’를 운영하는 회사다. 브랜딩 책임자로서 라운즈를 라운즈만의 방식으로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 딥아이에 합류한 뒤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핵심 경험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AR(증강현실) 가상 피팅 서비스를 선택했다.

라운즈를 안경 쇼핑몰로 알리기 보다 이 서비스를 핵심 경험으로 내세워 라운즈를 차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1835 유저에게 가상 피팅 서비스를 알리기 시작했다.

타깃 고객들이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4월부터 iOS 앱 설치 수 및 월간 앱 방문자가 작년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젊은층이 가상 피팅 서비스를 재미있게 사용하는 유행을 만든 것이다.

이런 결과에 힘입어 라운즈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단순한 안경 쇼핑몰에서 ‘AR 실시간 가상 착용’ 안경 쇼핑몰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Q: 트렌드를 만든 다른 사례는

A: 29CM에서 진행했던 ‘천만원 이벤트’가 기억에 남는다. 천만원을 마일리지로 제공하는 이벤트였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개 이런 이벤트는 여러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그런 식상한 방식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천만원 마일리지를 한 명에게 주기로 했다.

‘천만원을 드리면 한 달안에 몽땅 쓸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구인공고와 같은 메시지로 이벤트를 전개했다. 예상대로 수많은 앱 설치와 바이럴을 만들었다.

방문자 수가 급증해 한 때 29CM의 서비스가 느려지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첫 이벤트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한 달을 하루, 한 시간으로 바꿔 총 세 번의 이벤트를 벌였다.

그 결과 100만 페이지 뷰가 발생하고 앱을 설치한 사람이 15만명을 넘었다. 여러 기업들이 천만원 이벤트의 콘셉트를 카피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한 사람에게 몰아주기를 통해 이벤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유행이 된 것이다.

마케터, 유행만 쫓지 말고 트렌드 만들어라

Q: 기억에 남는 다른 이벤트는

A: 29CM가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기 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미니쿠퍼’ 이벤트를 진행했다. 미니쿠퍼를 29CM 스타일에 어울리게 커스터마이징해서 단 한 사람에게 주는 이벤트였다.

2주 동안 10만명이 29CM 앱을 설치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29CM 앱이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3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수많은 바이럴을 만들었다.

한 명의 당첨자에게 미니쿠퍼를 배송할 때도 실제 배송박스(택배박스)와 똑같은 디자인의 상자를 만들어서 그 안에 미니쿠퍼를 넣어 전달함으로써 2차 바이럴을 만들었다.

이 밖에 세계의 힙한 도시들을 취재하는 리포터를 모집한 ‘시티리포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10만 유저들의 성향을 파악한 ‘라이프스타일 테스트’, 29CM다움을 정의하고 글로 담아내 화제가 된 ‘브랜드북’ 등이 기억에 남는다.

Q: 스타일쉐어에서는

A: 어스(us)라는 PB 브랜드를 론칭했다. 디자인적인 매력도가 있는 브랜드라기 보다는 베이직 의류 브랜드였기에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카테고리였다.

그래서 이 브랜드에 스타일쉐어만의 차별점을 담기로 했다. 모든 라인업을 제작할 때 스타일쉐어 유저들의 의견을 받아 반영했고 모델도 패션 전문 모델보다는 다양한 체형과 외모의 모델을 사용해 다양성을 강조했다.

베이직 브랜드라서 제품을 소개할 때 다양한 스타일링을 함께 보여줬다. 이런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자발적 바이럴을 만들어냈고 수많은 리오더를 기록했다. 반품률도 0.9%로 매우 낮았다.

1만건의 20대 유저의 개성있는 스타일을 모은 ‘너다움을 응원해’ 캠페인도 성공적이었다.

Q: 마케터로서의 강점은

A: 예전에는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를 뽑아내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줘야 하는지, 남들과 다른 어떤 차별점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지, 그것을 어떤 방법으로 전달하면 좋은지 등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고민의 깊이를 더 깊게 하고 그것에 대한 생각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이런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는 노하우다.

■ Interviewer 한 마디

전우성 이사는 “마케터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시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에 성공만 하는 마케터는 없다며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소개한 성공 사례들은 수많은 실패 사례와 함께 만들어졌다고 했다.

솔직한, 그리고 진심이 담긴 조언이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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