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하부 변화 포착해 발원지·분출 방향 확인…지자기 폭풍 유발 대처
지구에 피해 주는 태양의 '스텔스' 코로나질량방출 포착 길 열려
태양에서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가스 구름 형태의 플라스마와 자기장은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 자기장과 충돌하며 자기 흐름을 급격히 바꿔놓은 지자기 폭풍을 일으켜 큰 피해를 유발한다.

이른바 '코로나질량방출'(CME)로 불리는 태양 폭발 현상은 1억5천만㎞나 떨어진 지구에서 위성 장애, 통신 교란 등과 함께 송전선이나 송유관에 피해를 주고 대규모 정전사태까지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7월 23일 발생한 CME는 역대급으로 다행히 지구를 비껴갔지만, 지구로 향해 분출됐다면 미국에서만 6천억~2조6천억 달러의 피해를 유발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대형 CME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이보다 작은 규모의 CME는 3년에 한 차례꼴로 지구에 피해를 주고 있다.

CME가 발생해 지구에 도달하는데 대개 하루에서 2~3일 정도 걸려 인공위성을 안전한 영역으로 옮겨놓는 등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만, 태양에서 발생 흔적을 제때 포착할 수 없는 '스텔스' CME도 있다는 점이 문제가 돼왔다.

스텔스 CME는 태양에서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부분이 분명히 관측되는 일반 CME와 달리 태양 코로나 전문 관측 장비인 '코로나그래프'를 통해서만 확인이 되는데, 코로나그래프만으로는 CME가 발생한 장소를 찾아낼 수 없고 분출 궤도도 확인할 수 없어 지구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제때 알 수 없다.

스텔스라는 명칭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제우주과학연구소(ISSI) 과학자들이 스텔스 CME를 조기에 포착해 대처할 수 있는 관측법을 개발해 개방형 정보열람 학술지 '천문학 및 우주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Astronomy and Space Sciences)에 발표함으로써 스텔스 CME에도 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프런티어스에 따르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우주과학실험실의 연구원 에리카 팔메리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태양의 원격 관측 이미지를 8~12시간 전에 촬영한 이미지와 비교해 태양 표면에서 약 35만㎞ 위에 있는 코로나 하부의 변화를 포착했다.

지구에 피해 주는 태양의 '스텔스' 코로나질량방출 포착 길 열려
이를 통해 이전에는 무시됐던 자기장 고리의 작은 변화를 찾아내 CME 발원지를 추가 분석하고 분출 궤도가 지구로 향하는지를 파악했다.

연구팀은 2008~2016년에 발원지가 확인된 4건의 스텔스 CME 사례를 통해 새 관측법의 효율성을 확인했다.

이 CME 사례들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태양을 입체적으로 관측하기 위해 2006년 발사한 쌍둥이 위성 '스테레오'(STEREO)가 지구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관측해 발원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관측법을 통해 스텔스 CME의 발원지 주변에서 미세하게 밝아지거나 어두워지는 것을 4건 모두에서 확인했으며, 스텔스 CME 포착 관측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팔메리오 박사는 "이런 결과는 태양 폭발로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려 할 때 어디를 봐야 할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록히드 마틴 태양·천체물리학 실험실의 수석 연구원 니리아키 니타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법을 활용해 태양 전문 위성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면 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그래프에 나타나지 않는 '슈퍼 스텔스 CME'도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