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금액은 2021년도 상반기에만 5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간 10조 원을 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외부로부터 기술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수출과 기술도입의 주요 유형 중 하나인 라이선스 계약의 내용과 구조도 점차 복잡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라이선스 계약 협상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서브라이선스(sublicense)는 독점적·비독점적 라이선시(licensee)가 라이선서(licensor)로부터 받은 라이선스의 권한 범위 내에서 제3자에게 다시 실시권을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서는 ‘재실시권’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서브라이선스 권리는 허락받은 라이선스 권리의 범위 내에서만 부여할 수 있다. 따라서 라이선스 계약상 라이선스 권리는 서브라이선스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 모든 범위를 포괄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라이선스 계약 협상에서 서브라이선스 관련 계약조항은 매우 중요하다.

허락에 관한 계약조항,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서브라이선스의 허락과 관련해 한국 특허법과 실무는 제3자에게 서브라이선스를 허락하려면 라이선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특허법 제100조 등 참조) 다수 국가의 법령과 판례도 이와 유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브라이선스의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라이선스 계약에 서브라이선스 허락에 관한 계약조항을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기술수출과 같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목적으로 넓은 범위의 라이선스를 허락하는 라이선스 계약의 경우, 라이선서의 동의 없이도 서브라이선스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라이선스 계약에는 제3자에게 라이선스 권리에 관한 여러 단계의 서브라이선스 권리를 허락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하게 된다.

이때 라이선서는 라이선스 계약상 라이선시의 의무나 책임이 형해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브라이선시(sublicensee)로 하여금 라이선스 계약상 라이선시의 역할과 책임을 준수하도록 하고, 서브라이선시가 이를 불이행하거나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라이선서와 라이선시 사이에 있어서는 라이선시가 이로 인한 책임을 모두 부담하도록 규정해둘 필요가 있다.

또한 라이선시로 하여금 서브라이선스 계약의 체결 후 그 사본이나 주요 내용에 관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해 서브라이선스의 허락 내용과 서브라이선스 로열티의 발생 여부를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라이선시는 재실시 이익금(sublicense income)을 산정하는 서브라이선시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서브라이선스 허락으로 인해 라이선시가 실질적으로 수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브라이선스 로열티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인 협상과 시장 진입 위해 초기부터 고려
신약 플랫폼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국내 바이오텍이 글로벌 신약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비독점적 라이선스(non-exclusive license)를 받아오는 경우 ‘재실시 불가능한(non-sublicensable)’ 라이선스를 제안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계약조건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해당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신약을 개발하고도 라이선스아웃을 하는 것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향후 기술수출 등을 위해 필요한 일정 범위 내에서 서브라이선스의 허락을 받아올 방안이 있을지 협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하도급 권리(Have-made Right)에 관한 계약조항이 이미 규정돼 있는 경우에도 서브라이선스 허락에 관한 계약조항을 별도로 규정해야 할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라이선스 계약상 하도급 권리는 라이선스 대상인 특허나 노하우 등을 이용해 개발한 제품의 생산·납품을 제3자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약 플랫폼을 후보물질에 접목해 기술수출을 하는 것을 사업목표로 하는 바이오텍의 경우 서브라이선스 권한 없이 하도급 권리만을 부여받는 것으로는 기술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바이오텍 회사에 법률자문을 제공하다 보면, 라이선스 계약 협상 시 서브라이선스 관련 계약조항에 관해 상대방과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이미 계약협상이 상당히 진척된 단계에 이르러서야 서브라이선스 허락의 필요성을 뒤늦게 인지하게 되거나, 서브라이선스의 허용 범위가 확정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계약금액에 관해 재협상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계약협상의 지연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효율적인 계약협상과 시장진입의 적시성을 위해 라이선스 계약의 협상 초기부터 서브라이선스에 대해서도 고려해 진행할 것을 권장한다.

[이여원 변호사의 법률 스터디] 라이선스 계약 시 고려할 주요 사항 ❶ 서브라이선스
이여원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50회 합격, 사법연수원 40기 수료 후 2011년부터 제약·바이오 및 금융 분야를 주력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LG생명과학, LG화학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