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가 실험하고 있는 초소형 AI 생산 공장 '나노 팩토리'
유니레버가 실험하고 있는 초소형 AI 생산 공장 '나노 팩토리'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채용 면접을 AI로 하고 있으며 현실 세계의 상황을 컴퓨터 세계에 그대로 옮기는 디지털 트윈도 일찌감치 구축했습니다. 중국 허페이 공장은 코로나 위기에 집에서도 생산설비를 지켜보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혁신을 일궜습니다. 유니레버는 올해들어 또 다른 AI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AI가 구축하는 '나노 공장(Nano factory)'입니다.

유연한 생산 체제로 현지 제조·소비에 최적화

유니레버는 69개국에서 300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들은 대부분 대량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본격적으로 신제품 테스트를 하기 위해 소량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대량 생산 설비가 필요 없습니다. 코로나 감염증 이후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생산설비를 줄이거나 늘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유니레버가 고안해 낸 공장이 바로 나노 공장입니다. 이 공장은 40피트(12m)의 선적 컨테이너에 들어가는 미니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원료가 한쪽 끝에서 들어가는 지점에서 제품이 완료돼 나오는 지점까지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다 있습니다. 바깥에서 유입되는 기자재는 전력기 케이블과 파이프뿐입니다. 공장 직원은 현재 2~3명이 투입됩니다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없앨 계획입니다. 공장 라인에서 센서를 통해 읽히는 각종 생산 공정의 데이터들은 원격으로 유니레버의 중앙플랫폼에코시스템(EPS)에 직접 전송됩니다. EPS에선 AI가 생산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자동으로 신속하게 수정합니다.
유니레버 AI전략
유니레버 AI전략
현재 디지털 공장은 네덜란드 바게닝겐 공장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유니레버의 음식 관련 부용(맑게 우려낸 육수)을 먼저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8시간에 300t의 조미료를 생산한다고 합니다.
나노 공장은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당장 컨테이너로 짜여있기 때문에 전 세계에 공장 형태로 배송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로 신선하고 맛있는 현지 재료를 조달하면서도 각국 사람의 입맛에 맞는 현지형 모델을 재빨리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공장이 성공하면 마요네즈와 케첩 아이스크림 등도 이런 나노 공장에서 생산해 낼 예정입니다. 응급품과 미용 및 홈케어 등 유니레버의 다른 제품 등도 이 공장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체제가 가능합니다. 공급망이 단절되면 공장을 옮겨서 생산 재료를 확보하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나노 공장이라 하지 않고 '여행 공장 (Travel Factory)'이라고도 합니다.
한 건물에 하나의 생산설비가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수천 개의 현지 생산설비가 있는 역동적인 모델입니다. AI 시대에 맞는 21세기형 제조 모델입니다.

디지털 트윈 공장 8개 구축…인재 채용에 AI 도입

유니레버는 또 제조 AI의 대명사인 디지털 트윈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세계에 현실 속 사물과 같은 디지털 쌍둥이를 만드는 솔루션입니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디지털 트윈은 초기에는 단순하게 사물의 3D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AI를 도입해 최첨단 예측 모델로 되고 있습니다.
유니레버는 북미 남미 유럽 및 아시아에서 8개의 디지털 트윈을 운영하고 있으며 300개의 글로벌 공장 중 15개에서 데이터를 스트리밍합니다. 회사는 브라질 발리노스지방에 있는 도브 비누 공장에서 첫 번째 디지털 트윈을 만들었습니다. 약 3주가 걸렸습니다. 센서는 공장 장비의 온도 또는 모터 속도와 같은 자료를 수집한 다음 도브의 최고 생산 조건을 매핑한 클라우드로 정보를 전송했습니다. 유니레버는 이 공장에서 디지털 트윈이 불과 1년 사이에 280만달러를 절약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유니레버는 AI 면접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업체에 입사 지원을 하면 최종 면접을 보기까지 회사 관계자를 전혀 볼 수 없습니다. 유니레버가 AI 도입으로 면접과 평가에 할애하는 7만 시간을 줄였다고 합니다.
제조업체에서 AI 업체로 변신하려는 끊임없는 시도가 유니레버에서 엿보입니다. 이제 공간과 시간을 둘러싼 모든 제약이 사라지는 유비쿼터스 세상에서는 제조업도 크게 변하나 봅니다.
오춘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