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5] “뇌의 염증 유발하는 뉴런 주변 세포 공략한다” …임상 2상 진입에 성공한 디앤디파마텍
벤 바레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1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신경독성을 띠는 별아교세포(astrocyte)들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 의해 활성화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신경염증 가설은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가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별아교세포가 활성화되고, 활성화된 별아교세포가 신경독성 물질을 분비해 이상단백질을 축적시킨다는 것이다. 즉 사이토카인에 의해 발생하는 뇌의 염증이 결국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져 퇴행성 뇌질환이 유발된다.

디앤디파마텍의 ‘NLY01’은 염증의 시작점인 미세아교세포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억제시킨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퇴행성 뇌질환 연구가 뉴런과 아밀로이드에 집중돼 있었다”며 “뇌에서 뉴런(10%)보다 별아교세포나 미세아교세포가 차지하는 비율(90%)이 훨씬 더 큰 만큼 이제 연구의 방향을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경염증 가설이 제안된 다음 해인 2018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과 함께 NLY01이 뉴런 사멸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NLY01이 미세아교세포를 저해하자 별아교세포에 의해 발생하는 독성 단백질로부터 뉴런이 보호됐다.
[Cover Story - part.5] “뇌의 염증 유발하는 뉴런 주변 세포 공략한다” …임상 2상 진입에 성공한 디앤디파마텍
독특한 페길레이션 플랫폼, 약물 지속시간 최대 140배 높여준다
NLY01은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glp-1 계열의 펩타이드 물질을 이용한다. 2017년 영국 런던대 연구진은 glp-1 계열의 약물이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란셋>에 발표했다. 이 논문으로 많은 기업이 퇴행성 뇌질환에 glp-1 계열의 약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관건은 ‘약물의 지속성’이었다. 펩타이드는 2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물질이다. 아미노산이 50개 이상 연결되면 보통 단백질로 분류한다. 펩타이드 물질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원하는 타깃의 활성 부위에 정확히 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체내에서 금방 분해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반감기가 매우 짧은 glp-1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뇌질환 약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디앤디파마텍은 이강춘 성균관대 교수가 개발한 ‘페길레이션 기술’을 기술이전 받아 glp-1 펩타이드에 적용했다. 이 교수는 국내 1세대 PEG 연구자로 이 대표의 부친이다.

페길레이션 기술은 특정 약물에 고분자 물질 PEG(Poly Ethylene Glycol)를 붙여 약물의 지속시간을 늘리는 기술이다. PEG가 펩타이드 약물에 결합하면 약물 용해도가 높아지고, 독성이 감소하는 등 여러 약물학적 장점이 나타난다. 1970년대 처음 제안돼 이미 암젠이나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들은 PEG 기술을 약물에 적용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여러 바이오베터* 기술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기술로 손꼽힌다.

그럼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은 어떤 점에서 다를까. 이 대표는 ‘PEG의 모양’을 꼽는다. PEG는 에틸렌글리콜이라는 물질을 여러 개 연결한 고분자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결합하는 PEG의 모양은 선형이나 V 자형이다. 반면 디앤디파마텍의 PEG 모양은 Y 자 모양이다. 이 대표는 “에틸렌글리콜을 구슬에 비유하자면 어떻게 꿰어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가 공개한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경쟁사 약물에 비해 최대 140배가량 차이가 났다. 약효 역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이 대표는 “PEG 모양은 물론 결합하는 펩타이드 부위 등에 따라 지속시간이나 약효가 다 다르게 나온다”고 말했다.

연구 경험과 노하우 가진 박사급 연구원 포진… 존스홉킨스대 석학도 공동연구
이런 독특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인력풀 덕분이다. 디앤디파마텍의 창업자인 이강춘 교수는 약 20년간 PEG만 연구해온 이 분야 석학이다. 또 디앤디파마텍에는 이 교수의 랩에서 오랜 시간 연구를 해오던 박사급 연구원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이 대표는 “펩타이드 약물이나 PEG 기술은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 경험이나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 대표의 ‘인맥’도 만만치 않다. 존스홉킨스대 신경학과의 테드 다운스 교수는 신경염증 가설을 주창한 바레스 교수의 2017년 논문에도 참여한 이 분야 권위자다. 다운스 교수는 디앤디파마텍의 고문이자 퇴행성 뇌질환의 바이오마커 개발을 맡고 있는 계열사 발테드시퀀스의 최고전략책임자(CSO)다.

이 대표는 “다운스 교수가 존스홉킨스대가 보유한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 샘플 2500건에 대한 분석을 맡고 있다”며 “현재 240여 개 샘플을 분석한 상태이고, 빠른 시일 내에 모든 샘플을 분석해 조기진단과 병리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NLY01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2b상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올해 3분기 정도에 북미, 유럽 등에서 500명 이상의 환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전문가 평가
다양한 혁신신약 개발 능력 보유
by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부문 대표

디앤디파마텍은 바이오제약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큰 퇴행성 뇌질환, NASH 등의 섬유화증, 교모세포종 등 다양한 혁신신약을 글로벌 제약사의 눈높이에 맞춰 임상 개발을 잘 진행하는 기업으로, 향후 대규모 기술이전이 기대된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