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IT쇼 2021’이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5세대 이동통신을 활용한 메타버스 체험관을 비롯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기기, 지능형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전기자동차 등이 대거 전시됐다.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등 참가 기업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1일 열린 ‘월드IT쇼 2021’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의 고위 경영진이 대거 출동했다. 각 기업 대표(CEO), 사장들은 한목소리로 ‘공격적인 투자’를 약속했다.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날 개막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좀 더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이 TSMC 수준으로 파운드리를 해주면 여러 벤처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며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이 파운드리 투자 확대와 관련해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SK하이닉스는 현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점유율은 1% 미만이지만 8인치 웨이퍼 기반 이미지센서(CIS), 파워반도체(PMIC) 생산을 늘리고 있다. 최근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는 중국 우시로 설비를 옮기고 있다.SK하이닉스는 지난해엔 매그나칩반도체의 파운드리사업부인 ‘키파운드리’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이 ‘파운드리 투자’를 언급하자 업계에선 ‘신규 인수합병(M&A)’ 또는 ‘증설’ 가능성을 제기했다.삼성전자 TV 사업을 책임지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도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그는 “가장 화면이 큰 146인치 마이크로 LED 라인은 풀가동 중”이라며 “하반기 70인치와 80인치 제품까지 출시되면 생산라인을 증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단위 LED(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자가 스스로 빛과 색을 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안광전에서 LED 칩을 납품받아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TV 사업장에서 마이크로 LED를 생산한다.QD(퀀텀닷) OLED TV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 사장은 “최근 QD OLED 패널 샘플을 받아 사업부에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귀와 관련해 그는 “지금은 생산에 차질이 없지만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만 출장을 다녀왔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반도체가 부족해 TV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황정수/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
21일 ‘월드IT쇼 2021’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행사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인파 수백 명이 몰렸다. 현장등록 장소에는 늦은 오후까지 100여 명의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하루에만 1만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참석자들은 “오프라인 네트워크에 목말랐던 정보기술(IT)업계의 갈증을 해소하는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프론티스 부스는 사업 협력을 문의하는 업체들로 북적였다. 인공지능(AI) 기반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업인 파워젠 이정규 대표는 “메타버스에서 AI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에 대해 프론티스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뜻깊었다”며 “코로나19로 파트너를 찾지 못해 답답했는데 이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트렌드를 파악하려는 업계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월드IT쇼를 매번 방문했다는 김동현 다이텍연구원 전임연구원은 “직전 행사였던 월드IT쇼 2019에선 단순한 사물인터넷(IoT) 하드웨어 기술이 많이 보였는데, 올해는 IoT에 AI를 접목하는 에지컴퓨팅 기술 등 훨씬 볼거리가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서용진 LG전자 ID사업부문 선임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첨단 기술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한편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KT, SK텔레콤 등 310여 개 주요 기업이 참여했다. 부스만 900여 개. 코로나19 사태 이후 ICT 전시회로는 최대 규모다.기업들은 IT 기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5G(5세대) 이동통신과 AI, IoT 등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최고의 혁신 기술을 선정하는 ‘임팩테크 대상’에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D램인 ‘DDR 512GB’로 대통령상을 받았다.구민기/서민준 기자 kook@hankyung.com
“자동차가 거대한 ‘보조배터리’가 됩니다.”21일 개막한 ‘월드IT쇼 2021’의 현대자동차 전시관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 주변에 관람객이 몰렸다. 관심이 집중된 건 아이오닉의 ‘V2L’ 기능이다. ‘돼지코’(콘센트)가 달린 길이 20㎝ 정도의 파워아웃렛을 아이오닉5 충전구에 연결하면 차 배터리 전력의 최대 80% 정도를 외부로 끌어 쓸 수 있다. 전기히터, 전기밥솥 등을 연결해 최대 25시간 정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아이오닉5 배터리 전기로 캠핑현대차는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월드IT쇼 2021에서 아이오닉5에 적용된 초고속 충전 등 최첨단 기술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고위 임원들이 가장 먼저 아이오닉5 전시관을 둘러볼 정도로 이목이 집중됐다. 아이오닉5 주변엔 10명 이상의 관람객이 운전대에 앉아보기 위해 줄을 서 기다렸다.V2L 기능 못지않게 관람객이 주목한 건 ‘디지털 사이드미러’다. 사이드미러(거울) 자리에 ‘사이드 뷰 카메라’를 단 것이다. 운전자들은 카메라가 찍은 후면 영상을 운전석 좌우에 설치된 고화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행사장을 찾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아이오닉5 운전석에 앉아 편리한 기능을 체험했다.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작동하자 최 장관은 “넓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 장관은 18분 만에 아이오닉5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는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관람객들은 디젤·가솔린 차량 대비 넓은 공간에도 놀라워했다. 안내 직원이 차량 보닛을 열자 ‘EV’라고 써진 덮개가 보였다. “모터가 들어가는 자리인가요”란 질문에 직원이 “아닙니다. 가방 등을 넣을 수 있는 적재함입니다”라고 답하자 짧은 탄성이 터져나왔다. 덮개가 열리자 가방 3~4개를 넣고도 남을 수납공간이 나타났다. 의류관리기 설치한 커넥티드카현대차 아이오닉5만큼 인기를 끈 전시물은 LG전자가 공개한 ‘커넥티드카’였다. LG전자는 운전자 없이 자율 주행이 가능한 ‘레벨5’ 기술을 전제로 ‘무인 택시’ 콘셉트를 선보였다. LG전자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웹OS’를 기반으로 차량 내부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화, TV 등을 시청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승객은 좌석 팔 받침대에 설치된 레버를 돌려 다양한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관람객이 놀란 건 ‘스낵바’ 기능이다. 뒷좌석 가운데 설치된 소형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료수 캔을 집어들면 자동으로 과금되는 시스템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량 좌측면과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는 승객의 얼굴을 인식한다”며 “좌우 손님을 구분할 정도로 정교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통해 집에서 보던 영상을 차에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차량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는 가정의 가전제품과도 연동할 수 있다. 출근 전 청소 예약을 걸어놓은 로봇청소기의 동작이 완료되면 화면에 알림이 뜨는 식이다. LG전자는 탑승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의류관리기 등을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했다. 통신사는 전기차용 AI스피커 선보여통신사들도 미래차 전시 대열에 합류했다. SK텔레콤은 전시부스 중앙에 재규어랜드로버의 전기차 ‘I-PACE’를 갖다놨다. SK텔레콤의 AI 음성인식 서비스 ‘누구(NUGU)’가 적용된 최초의 차량이다.한 관람객이 전기차 운전석에 앉아 내비게이션을 켜고 “아리아”라고 말하자 AI 스피커가 반응했다. 이후 “최신음악을 틀어줘” “재생을 중지해줘” “집으로 안내해줘”라고 말하자 실행에 옮겼다. SK텔레콤 부스 안내 직원은 “올 하반기에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누구’ 서비스를 납품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KT도 테슬라의 ‘모델X’ 전기차를 전시했다.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 구축을 완료한 제주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앱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차량에 탑승하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C-ITS와 스마트 내비게이션 앱을 체험할 수 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