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불고 있다. 다수 업체가 ESG위원회를 세우는 것은 물론 ESG 관련 보고서, 선언문 등을 발표하고 있다. 독점 플랫폼을 추구하는 IT 플랫폼 기업들이 사회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ESG 경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게임 등 IT업계도 ESG 바람…줄줄이 'ESG위원회' 설립

○엔씨 카카오 등 속속 ESG위원회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위원장은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맡는다. 윤송이 CSO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립자 겸 대표의 부인이다. 정진수 최고운영책임자(COO), 구현범 최고인사책임자(CHRO)도 윤송이 CSO와 함께 ESG 경영위원회에 참여한다. 위원회는 ESG 경영 방향과 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엔씨소프트는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위해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환경 생태계 보호 △인공지능(AI) 시대 리더십과 윤리 등 네 가지 ESG 경영 핵심 분야를 정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ESG 경영 방침에 따라 신사옥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인증을 목표로 건립할 계획”이라며 “미래 세대가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도 지난 1월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지속가능 경영 전략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위원장을 맡고 사외이사인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박새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 등이 위원회 멤버로 참여한다.

‘기업지배구조 헌장’도 내놨다. 이사회 감독 아래 카카오 경영진이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구성원과 비즈니스 파트너의 인권 보호 및 이용자의 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의무, 디지털 책임, 친환경 원칙 등을 담은 ‘인권경영 선언문’을 공개했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이 직접 ESG 위원장을 맡은 건 카카오가 그만큼 ESG 경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의장은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카카오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격동의 시기에 사회 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 우아한형제들도 ESG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ESG 위원회를 설립했다. 같은 해 12월 ESG 전담 조직 구성도 마쳤다. 최근에는 ‘네이버 2020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향후 목표를 밝혔다.

보고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친환경 전자상거래 생태계 조성, 인재 양성 및 경쟁력 강화, 파트너 성장지원 확대, 주주가치 제고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가치에 중대한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는 기후변화, 정보보호·보안, 공정거래 및 윤리경영에 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네이버는 2040년까지 배출되는 탄소량보다 더 많은 탄소량을 감축하는 ‘카본 네거티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배달 기사들의 처우 개선과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단체협약을 맺었다. 우아한청년들은 배민 내 서비스 중 하나인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고 있다. 개별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종사자가 협약을 맺은 국내 첫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방 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강원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과 농특산물 판매 협약(MOU)을 맺어 온라인 쇼핑몰 ‘배민상회’에서 우수 농특산물을 판매하기로 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지역 소상공인 판로를 확대해주는 차원이다.

○여론 관리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

IT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ESG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된 결과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23개였던 글로벌 ESG 규제는 2018년 210개로 늘었다. ESG 경영 여부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한 투자 결정 요인이 된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을 하지 않고선 수출은 물론 투자유치도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 기업만의 특수한 이유도 있다. IT 기업은 대부분 독점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사회 여론이나 정치권의 규제는 플랫폼 기업에 매우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곤 한다. 지난해 4월 우아한형제들이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을 수수료 모델로 바꾸는 과정에서 대중과 정치권의 질타가 쏟아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IT 업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보다 IT 기업은 이미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며 “향후 더 많은 IT 기업의 ESG 관련 활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