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대비 109배…코로나19 관련 대량 문자에 한밤중 홍보성 문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보내는 각종 재난문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휴대전화에 울리는 재난문자에 대해 피로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재난문자 알림 기능을 차단 방법을 공유하고 있어 긴급 재난 발생 때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내용 유사 재난문자 난무…밤늦은 시간 '삐' 울리기도
7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1∼2월 전국 재난문자 발송 건수는 1만5천518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63건의 문자가 보내진 셈이다.

코로나19 국내 유행 초기였던 작년 동기 2천711건에 비해서는 약 6배 수준이다.

2019년 1∼2월 143건에 비해서는 109배에 달한다.

재난문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작년 초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송되는 재난문자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나 거리두기 단계 안내, 임시선별검사소 운영과 같은 코로나19 관련 내용이다.

[SNS세상] '스팸 신세' 재난문자 1년새 6배 급증…1∼2월 1만5천건 넘어
재난문자가 급증하자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재난문자 내용이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수칙을 지켜달라'처럼 당연한 내용인 경우가 많아 정작 중요한 알림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똑같은 내용의 재난문자가 또 오니 시끄럽기만 하다"며 "그렇다고 (알람을) 끄면 정작 중요한 재난문자를 놓칠까 봐 겁난다"고 말했다.

심야 시간에 재난문자를 받아 잠을 설친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9월 발송된 재난문자 3만4천679건 중 1천791건이 밤 9시 이후 발송됐다.

심야 시간대(자정∼오전 6시) 발송 문자도 337건이나 됐다.

맘카페 회원 'jh*****'는 "한밤중에 재난문자 경고음이 울렸다"며 "아기가 깰까 봐 급하게 휴대전화 아무 버튼이나 눌렀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난문자 알림 차단법을 공유하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 커뮤니티와 정보기술(IT) 전문 블로그 등에는 휴대전화 기종별 재난문자 알림 차단법이 정리된 글이 다수 게시돼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재난문자'를 검색하면 '수신거부'나 '차단방법' 등 키워드가 연관 검색어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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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재난문자를 남발하는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행정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는 지난 1월 폭설 때 제설작업을 독려하는 재난문자와 함께 시 주최 '눈사람 공모전' 소개 링크를 보내는 등 홍보성 문자메시지를 보내 눈총을 사기도 했다.

◇ 재난문자 운영규정 그대로…전문가 "잦은 문자는 오히려 독"
재난문자 남발에 따른 민원이 늘어나자 정부는 작년 말까지 관련 운영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개정안에는 ▲ 홍보와 같은 불필요한 내용 제외 ▲ 기존 재난문자와 중복 또는 비슷한 내용 제외 ▲ 심야시간대(긴급한 사항 예외) 재난문자 발송 금지와 같은 조문이 포함됐다.

그러나 운영 규정은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감염병뿐 아니라 다른 재난 상황 관련 규정까지 함께 개정하려다 보니 (개정이) 지체되고 있다"며 "가능하면 3월 내 규정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보내는 재난문자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발송 담당자 대상 정기 교육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잦은 재난문자로 스트레스를 받은 시민들이 알림 기능을 끄는 경우가 많아 실제 재난상황 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부 지자체가 보여주기식으로 재난문자를 남발하기도 한다"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 재난문자 발송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 교수는 이어 "재난의 경중을 구분해 알림음을 다르게 하거나 위급 상황 재난문자는 무조건 수신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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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