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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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온라인 활동으로 늘어난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통신비 지원을 하겠다던 정부·여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통신사 가입 고객 중 통화 및 데이터 사용량과 관계없이 정액요금을 내는 가입자가 전체 96.6%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효용성 낮은 지원이라는 비판과 함께 선별 지원으로 인해 세대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23일 공개한 통신 3사 합산 정액요금 가입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통신사 가입자 가운데 96.6%에 해당하는 4666만명이 정액 요금에 가입했다. 사용료에 따라 요금이 과금되는 종량제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3.4%에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통신비 부담이 늘어났다며 통신비 2만원 지원을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해 다수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한정애 의원도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비대면 온라인 경제활동 증가로 이동통신 사용이 증가했고 대다수 가구에서 소득이 감소한 상황에서 통신비는 가계 부담으로 작동한다"며 통신비 지급 이유를 밝혔다.

정부의 통신비 지원 명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번 통신비 선별 지원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인구이자 세금 부담이 큰 '만 35세~64세'가 통신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보다 오히려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선별 지급이 확정되고 난 뒤 각종 게시판과 포털에서 '우리가 봉이냐', '세금만 내는 노예냐',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우리를 버린 것이냐'며 성토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이 지지율을 확보하기 위해 선별 지원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 여당에서는 처음부터 통신비 지원 대상이 22일 본회의를 통과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과 비슷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통신비 문제는 원래 정부 원안이 고령자와 청소년 중심으로 지원하자는 것이었지만 많은 반론이 있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전 국민 지원'이 정부 측의 고정된 입장이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한 셈이다.

지난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9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YTN의뢰로 14~18일사이 2515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이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30대에서 50대까지는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지지기반이 부족한 10~20대와 60대 이상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 의원은 “코로나19로 통신비 부담이 늘고 있으니 정부가 지원한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연령별로 지원대상을 선별해서 오히려 세대 간 갈등만 키웠다”며 “통신비 지원 편성 과정이 적절했는지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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