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첫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효과 보여
유방암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 위축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한국에선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 환자 증가율이 계속 늘고 있어 의학계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란셋글로벌헬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유방암 연평균 증가율은 폐경 전 5.8%, 폐경 후 6.1%로 조사 대상 41개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유방암은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90%에 달합니다. 그러나 암의 종류와 진행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이 중 종양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표피성장인자(HER2)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삼중음성 유방암은 치료하기 쉽지 않은 암으로 꼽힙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12~20%를 차지하는데요, 낮은 연령에서 자주 발생하는 편입니다. 환자의 63%가 50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환자가 많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이 두려운 이유는 딱 맞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생존율이 77%에 불과합니다. 전이가 시작되면 생존율은 30%로 떨어지고 생존 기간은 보통 13~18개월로 줄어듭니다. 암의 진행이 빠르고 전이와 재발이 빈번한 것도 삼중음성 유방암의 악명을 높이는 이유입니다.

유방암 치료는 대부분 호르몬 치료와 HER2 표적치료제로 합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이들 치료제가 작용하는 수용체가 없습니다. 파멥신의 올린베시맙과 제넥신의 하이루킨-7은 각각 MSD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으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상용화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탁솔, 아드리아마이신 등 20~30년 전 허가된 치료제를 쓰는 것 외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출시되면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티쎈트릭은 폐암과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아브락산(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과 함께 투여하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겁니다.

임상시험 결과 기존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1년 안팎이었지만 티쎈트릭 병용요법을 시행하면 전체 생존기간 중간값이 25개월로 나타났습니다. 유방암 최초의 면역항암제인 티쎈트릭은 체내 면역기능을 회복시켜 암과 잘 싸우도록 도와줍니다. 국내에선 지난 1월부터 PD-L1 양성 삼중음성 유방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가 어려운 만큼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는 최근 바이오기업 이뮤노메딕스를 210억달러(약 24조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길리어드가 이뮤노메딕스를 인수한 것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 때문이었습니다. 트로델비는 전이 단계에서 2회 이상 치료받은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트로델비는 내년 상반기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을 계획입니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젊은 환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만큼 오랜 시간 고통을 주고 경제적 부담을 지게 하는 질병입니다. 과학 발전이 여성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기대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