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화웨이 최대 번화가에 축구장급 매장…삼성·애플과 '기 싸움'
해외선 구글스토어 없는 '반쪽폰'이지만 중국 '애국 소비' 덕에 산다
[르포] "기댈 건 오로지 애국"…'미국의 타깃' 화웨이 매장 가보니
하루 유동 인구가 100만명에 달한다는 중국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상하이 난징둥루(南京東路).
기존 삼성전자와 애플의 플래그십 매장에다가 중국 화웨이(華爲)의 '세계 최대' 플래그십 매장이 새로 가세하면서 이곳 거리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세 회사의 치열한 '자존심 대결장'이 돼 있었다.

◇ 초대형 매장 찾아와 지갑 여는 중국인 고객들
2일 찾아가 본 화웨이의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 평일인데도 수백명의 중국인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계산대에는 마스크를 쓴 고객들이 값을 치르려고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젊은 남성 고객은 "지나가다 들러 화웨이 워치를 샀다"며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를 들어 보였다.

지난 24일 문을 연 이곳은 연면적이 5천㎡로 축구장 크기에 육박한다.

세계 화웨이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일반 매장이라기보다는 국제가전박람회(CES) 같은 세계적 전람회장에 차려진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르포] "기댈 건 오로지 애국"…'미국의 타깃' 화웨이 매장 가보니
1층 매장에서는 화웨이 소비자 부문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에서 스마트 TV, 태블릿 PC, 랩톱 컴퓨터, 인터넷 공유기, 가상현실(VR) 안경, 이어폰에 이르는 다양한 기기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삼성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의 경쟁작인 메이트Xs 실물도 전시돼 소비자들이 직접 접었다 폈다 해볼 수가 있었다.

계단을 통해 올라가 본 2층은 다양한 화웨이 제품군을 활용한 '스마트 생활'을 보여주는 거대한 쇼룸으로 꾸며져 있었다.

마치 아파트 모델 하우스처럼 꾸며놓은 거실 공간에는 스마트TV, 공기 청정기, 로봇 청소기, 인공지능(AI) 스피터, 스탠드 등, 선풍기 등이 놓여 있었다
매장 직원은 소파 앞 탁자에 놓인 화웨이 스마트폰을 들더니 "여기 있는 모든 전자 기기는 모두 인터넷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연동돼 제어된다"면서 불을 켜고 끄는 것 같은 동작을 보여줬다.
[르포] "기댈 건 오로지 애국"…'미국의 타깃' 화웨이 매장 가보니
화웨이는 이미 세계적으로 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세계 가전 생태계를 장악해 사물인터넷(IoT) 분야의 중심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장기 전략을 갖고 있다.

지난 2015년 화웨이는 사물인터넷을 위한 네트워크 플랫폼인 하이링크(HiLink)를 선보였다.

화웨이는 이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유지하면서 에어컨 등 자사가 직접 만들지 않는 다양한 전자·전기 제품을 '화웨이 진영'으로 포섭하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2층 전시장에는 작은 극장처럼 꾸며놓은 방들도 여러 개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스마트 TV 속에서 영화 등 콘텐츠를 직접 골라 감상 체험을 하고 있었다.
[르포] "기댈 건 오로지 애국"…'미국의 타깃' 화웨이 매장 가보니
한쪽에는 화웨이가 개발 중인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통합 시스템인 하이카(HiCar)를 설명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줄곧 소비자들과의 연결과 소통을 중요하게 여겨왔고, 우리와 소비자들은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일종의 친구 관계"라며 "플래그십 매장이 소비자와 개발자들을 위해 하나의 연결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강해지는 중국인 애국 소비…"약한 힘이라도 보태야"
화웨이가 중국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곳인 난징둥루에 거액을 투자해 초대형 매장을 낸 것은 화웨이가 이미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중국 시장에 더욱 절박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곳 매장 면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가량 떨어진 삼성전자, 애플의 플래그십 매장의 대여섯배에 달한다.
[르포] "기댈 건 오로지 애국"…'미국의 타깃' 화웨이 매장 가보니
작년 5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가장 치명적인 고통은 구글과 협력 고리가 끊어져 화웨이 스마트폰에 더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가 지원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이후 출시된 메이트 30 등 화웨이의 신작 스마트폰에는 정식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가 깔리지 못했다.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스토어도 없어 '반쪽 폰'으로 전락한 탓에 화웨이가 자랑하는 카메라 등 우수한 하드웨어 성능에도 해외 소비자들은 화웨이 스마트폰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해외 사업 손실을 '애국 소비'에 힘입어 자국에서 대부분 만회하면서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시장 충격 속에서도 소비자 가전 부문을 꾸려나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웨이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9%로 작년 동기의 29%보다 10%포인트나 높아졌다.

많은 중국 소비자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아 극한 위기에 처한 화웨이를 동정하면서 적극적인 구매로 지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더우예'(竇爺)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나는 당연히 화웨이 제품을 산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 하이테크 기업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이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 시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안드로이드 폰에서 구글플레이스토어 등 구글의 여러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일반적인 중국 고객들은 미국의 제재로 도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안방 시장에서 화웨이에 껄끄러운 상대는 오포, 비보,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보다는 삼성과 애플이다.

과거 중국 시장 1위였던 삼성은 전체 시장 점유율이 1%대 미만으로 떨어진 지 오래지만 작년 말 중국의 5G 상용화를 계기로 고가의 5G폰과 갤럭시 폴드 등 초고가 프리미엄 폰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점차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애플도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와 오보, 비보 등에 밀리고는 있지만 젊은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한 충성도가 높아 업계에선 5G용 스마트폰 출시 등 계기가 있다면 점유율 반등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 미국이 '정조준'한 화웨이 위기는 계속
중국인들의 이 같은 애국 소비 덕분에 화웨이는 코로나19가 시장에 준 충격을 틈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1위로 올라섰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근소한 차이로 삼성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5월 세계적으로 8천197만대의 스마트폰이 출하된 가운데 화웨이와 삼성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9.7%, 19.6%였다고 카운터포인트는 집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인도 시장 등의 위축된 반면 화웨이의 주력 시장인 중국 시장이 먼저 정상화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의 IT 매체 '실리콘밸리 분석사'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삼성이 계속 화웨이를 넘어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본다"며 "삼성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매우 방대한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숨통을 반드시 끊어놓겠다는 듯 미국이 제재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는 것은 화웨이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가장 큰 근심거리다.

미국 정부는 작년 5월부터 자국 기업이 화웨이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급을 기본적으로 막는 제재를 시작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화웨이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협력까지 차단하면서 화웨이의 반도체 부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르포] "기댈 건 오로지 애국"…'미국의 타깃' 화웨이 매장 가보니
미국 정부는 소비자 부문과 더불어 화웨이의 다른 핵심축 사업인 5G 통신 장비 구축 사업도 철저히 견제하고 있다.

화웨이가 올해 내건 최대 사업 목표는 '생존'이다.

쉬즈쥔(徐直軍·에릭 쉬) 순환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사업보고서 발표회에서 "2020년은 힘을 다해 살아남아야 한다"며 "그래야 내년에 연간 사업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