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출신이 만든 세무대리 앱…"전문지식 없어도 장부 쓸 수 있죠"
국내 창업자들은 평균적으로 창업 후 1년 반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 많은 창업자가 이 기간 손실을 보는데도 종합소득세를 낸다.

수익이 없는데도 세금을 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세무 회계의 기본이 되는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법과 관련 규정에선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익으로 본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772만 개 사업자 중 258만 곳이 이런 방식으로 세무를 처리하고 있다. 회계장부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대출받기도 어렵다.

김홍락 하우투비즈랩 대표(사진)는 창업자와 소상공인이 회계장부가 없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가 간편 세무회계 앱 ‘머니핀’을 내놓은 이유다. 김 대표는 “사업자들이 쉽게 회계장부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머니핀은 사업자들이 직접 세무 기장을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세무 기장은 세금 계산의 기본이 되는 자료다. 이용자들은 그날그날 매출과 비용 현황을 복리후생, 접대비, 소모품비, 임차료 등 항목별로 분류만 해주면 된다.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회계장부,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이 자동 작성된다.

머니핀은 모바일 기반의 가장 쉬운 세무 기장 대리 앱을 표방한다. 기존에도 더존, 이카운트, 이지샵 등 세무 회계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관련 경험이 없으면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다. 머니핀은 세무 회계 전문가가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단순화했다. 김 대표는 “기존 프로그램의 5% 미만 기능으로 80% 이상 사업자가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계사 출신 창업자다. 사무실을 차리고 세무 기장 대리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세무 회계 시장의 문제점과 맞닥뜨렸다. “비싼 기장 대리 비용에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불만을 듣고 2017년 창업했다.

지금까지 머니핀을 이용해 780만 건, 4조4000억원 규모의 회계처리가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간편 회계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북미에서는 45% 사업자가 간편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3%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능을 편리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직원이 직접 분류를 도와주는 ‘도와주세요’ 기능, 일정 기간 전문가가 분류를 대행해주는 ‘분류 대행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회계엔진도 구축한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항목을 분류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회계엔진을 통해 항목의 90% 이상을 자동 분류하는 게 목표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