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게임 개발·유통회사 에픽게임즈가 대용량 게임을 무료로 배포해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통신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사 간 망이용료 분쟁이 게임회사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번엔 에픽게임즈…또 불거진 '망이용료 분쟁'
16일 업계에 따르면 에픽게임즈는 자사 게임 플랫폼인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인기 게임을 일정 기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GTA5, 문명6 등 출시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있는 게임들을 무료로 풀었다. 게임 유통 플랫폼 1위인 ‘스팀’에 맞서 이용자를 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벤트 과정에서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통신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게임 패키지를 구매하던 기존 유통 방식과 달리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게임 플랫폼에서는 온라인으로 구매한 뒤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유통이 이뤄진다. 고용량 게임을 내려받으려는 이용자가 한번에 몰리면 통신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GTA5를 무료로 배포한 지난달 15~21일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사이트 접속이 안 되거나 다운로드 속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통신사들과 계약한 트래픽 용량을 넘어선 탓이다. GTA5의 다운로드 용량은 90GB 안팎이다. 무료 이벤트 소식이 게임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자 단기간에 이용자가 몰려 트래픽이 폭증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벤트 기간 중 트래픽이 160% 늘었다”며 “고객센터로 불만이 대거 접수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에서는 게임 무료 배포를 지속하려면 에픽게임즈 측이 추가되는 트래픽에 대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벤트로 인한 트래픽 증가는 계약서상 명시된 범위 밖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에픽게임즈 측과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명시적인 갈등의 주체는 에픽게임즈의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담당하는 아카마이다. 에픽게임즈는 일본에 서버를 두고 아카마이를 통해 국내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은 모두 아카마이와 계약해 글로벌 CDN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한 통신사는 에픽게임즈와 아카마이에 계약한 용량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할 경우 초과분에 비례해 과금하는 ‘유상연동 방식’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아카마이 측은 망중립성 등을 이유로 추가 비용을 낼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에픽게임즈가 향후 신작 게임을 무료로 내놓을 거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양측의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국내 통신사와 해외 CP 간 망이용료 분쟁은 처음이 아니다.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망이용료를 거의 내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해외에 서버를 둔 글로벌 CP들의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국제회선에 대한 정산료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익은 CP가 챙기고 비용은 통신사가 부담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