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JPL 연구진 "미세중력 환경, 양자역학 연구에 새 기회 제공"

미국 연구진이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물질의 제5 상태로 불리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축'(BEC : Bose-Einstein Condensates)을 만드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우주는 훌륭한 양자역학실험실…ISS서 BEC실험 첫 성공"
15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제트추진연구소(JPL) 로버트 톰슨·데이비드 애블린 교수 연구팀이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ISS에 설치한 양자물리실험 장치(CAL : Cold Atom Lab)를 이용해 루비듐(Rb) 가스로 BEC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지상 실험과의 차이점도 규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ISS가 앞으로 지상에서는 중력 등의 영향으로 하기 어려운 양자물리학 분야의 정밀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주는 훌륭한 양자역학실험실…ISS서 BEC실험 첫 성공"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은 원자의 고유 특성 중 하나인 '스핀'(spin)이 0이거나 정수인 보손(Boson) 입자들이 절대영도(0K=-273.16℃) 가까이 냉각될 때 양자 특성을 가진 단일체 같은 거동을 보이는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BEC는 고전물리학의 지배를 받는 거시세계와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미시세계의 경계 선상의 상태로,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의 관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방법이지만 지상에서는 중력 등의 영향으로 이를 만들고 정확히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루비듐 원자 같은 보손 입자 하나하나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은 보통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론적으로 원자 진동 등 모든 운동이 정지하는 절대영도 가까이 냉각해 BEC 상태를 만드는 실험에서는 중력의 영향이 큰 걸림돌이 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루비듐 원자를 레이저로 절대영도 가까이 냉각해 BEC를 만들고 그 특성을 측정하는 실험장치(CAL)를 제작해 2018년 5월 ISS에 올려보냈다.

이 장치는 300~400㎞ 상공에서 지구를 도는 ISS에 설치됐지만 실험과 측정 등 모든 조작은 캘리포니아공대 제트추진연구소에서 할 수 있다.

이번 논문은 그동안 진행해온 실험의 결과로, 연구진은 매우 약한 미세중력만 작용하는 ISS에서는 BEC를 만드는 것이 지상에서보다 손쉽고, 만들어진 BEC의 거동도 지상에서와는 달라 BEC 특성 등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절대영도 가까이 냉각된 루비듐 원자를 지상에서보다 약한 자기장 올가미(trap)로 가둬 BEC 상태를 만들 수 있었고, 자기장 제거 후에도 BEC 상태가 유지되는 시간이 1초 이상으로 지상에서의 수십 밀리초(㎳:1천분의 1초)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는 훌륭한 양자역학실험실…ISS서 BEC실험 첫 성공"
박용섭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BEC를 이루는 원자들을 가두기 위해 자기장 올가미(trap)를 사용하는데, 지상에서는 원자들이 지구 중력에 의해 올가미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강한 자기장을 이용한 깊은 올가미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에서는 이 자기장을 제거한 후 BEC 원자들끼리 가까이 있으므로 서로 밀어내는 힘(척력)이 강해 빠르게 흩어져 버린다"며 "ISS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어 처음에 약한 자기장을 이용한 얕은 올가미를 사용해도 입자들을 가둘 수 있고 자기장을 제거한 후에도 그 형태가 훨씬 오래 유지된다는 것을 연구팀이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독일 라이프니츠대 마이케 라흐만 교수는 논문과 함께 게재된 논평에서 "연구팀이 (우주공간에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실험에 성공한 것은 원자간섭계는 물론 양자 가스 연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더욱 야심한 연구들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