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E 유전자 3개 유형 첫 확인…전이 억제 작용 서로 달라
미 록펠러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메디신'에 논문

"암세포 전이에 관여하는 '타고난 유전자' 이형 발견"
전이암(metastatic cancer)은 특정 부위에 처음 생긴 원발암(primary cancer)이 다른 부위로 옮겨간 것을 말한다.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전이암은 대체로 원발암과 비슷하게 보인다.

전이암과 원발암은 특정 염색체 변이와 같은 동일한 분자적 특징을 공유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폐로 전이한 유방암을, 폐암이 아닌 전이성 유방암으로 본다.

그러나 전이암은 원발암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미국 국립 암연구소(NCI) 홈페이지를 보면, 전이암의 치료 목표는 암이 커지는 걸 억제하고 암으로 생긴 여러 병리적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국한한다.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근원적인 치료는 일단 배제한다는 뜻이다.

NCI는 또한 전이암이 신체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면서 "암 사망자의 대다수는 (암의) 전이성 질환(metastatic disease)으로 목숨을 잃는다"라고 명시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전이암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원발암 세포의 유전적 변이를 의심해 왔다.

정상 세포의 유전적 변이로 발생한 암세포가 추가로 더 많은 변이를 일으켜 전이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전이암의 발생 원인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단일 유전자의 유형에 따라 암의 전이 양상이 달라진다는 게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연구팀은 흑색종 환자의 유전체에서 이 유전자를 발견했지만, 다른 유형의 암에도 동일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학의 소하일 타바조이에 암 생물학 석좌교수팀은 25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타바조이에 교수는 " '왜 이렇게 난 운이 없지요? 내 암은 왜 전이하는 겁니까?'라고 환자들이 묻지만, 의사로서 답해줄 말이 전혀 없었다"라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그 설명이 될 만한 결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 발견을 계기로 암의 전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인식이 바뀔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한다.

"암세포 전이에 관여하는 '타고난 유전자' 이형 발견"
사실 암의 전이 메커니즘은 과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수십 년 동안 연구했지만, 암세포의 전이를 추동하는 유전적 변이를 찾지 못했다.

타바조이에 교수팀은 선행연구에서 APOE라는 유전자가 흑색종(피부암의 한 종류)의 확산을 자극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암이 생기기 이전의 모든 세포 유전자에서 관찰된다.

원래 APOE 유전자에 암호화된 코드로 생성되는 단백질은, 암세포의 전이에 필요한 여러 가지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새로운 혈관 생성, 건강한 조직에 대한 침습 심화, 면역세포의 공격 회피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왜 흑색종에선 암세포의 전이를 부채질할까?
생쥐 실험에서 그 의문의 실마리가 풀렸다.

APOE 유전자는 하위 유형(ApoE)에 따라 종양 억제 작용이 서로 달랐다.

APOE는 2형·3형·4형 세 가지로 나뉘는데 암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건 ApoE4였다.

ApoE4를 가진 생쥐는 다른 두 이형 유전자를 가진 생쥐보다 암세포와 싸우는 T세포가 훨씬 더 많이 나타나고, 암의 전이에 필요한 혈관 생성은 크게 줄었다.

실제로 흑색종 환자 300명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생쥐 실험 결과와 일치했다.

평균적으로 ApoE4 유전자를 가진 환자가 가장 오래 살고, ApoE2를 가진 환자가 가장 일찍 사망했다.

ApoE2는 오히려 전이 위험을 키울 수 있고, ApoE3는 다른 두 유형의 중간에 해당하는 정도로 종양을 억제한다는 것도 연구팀은 확인했다.

연구팀은 ApoE4 생성을 늘리는 작용을 하는 실험적 화합물(RGX-104)을 생쥐에 투여해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RGX-104 개발사는 이 화합물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