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의 건강노트] 생명 살리는 헌혈…코로나 치료에도 '한몫'
지난 15일 헌혈 참여를 요청하는 안전 안내 문자가 국민에게 발송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헌혈자가 감소해 혈액 보유량이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며 “가까운 헌혈의집이나 헌혈카페를 방문해 헌혈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는 지난 13일 혈액 보유량이 2.7일분까지 내려가 ‘주의’ 단계로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적정 혈액 보유량은 5일분입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헌혈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 명(12%) 감소했습니다. 수도권 지역감염 확산과 총 헌혈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개학 연기가 원인이었습니다.

헌혈 참여 문자를 받고 19일 서울 낙성대동에 있는 헌혈의집 서울대역센터를 찾았습니다. 대학가임에도 불구하고 개학 연기의 여파로 헌혈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간단한 문진을 마치고 혈액 400mL를 헌혈했습니다. 이 피는 혈장 등을 분리한 뒤 농축 적혈구제제로 관리돼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문성하 대리는 “지난해 이맘때에는 평일 하루 40여 명이 헌혈에 참여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안전 안내 문자 발송 후 헌혈자가 몰려 주말에는 하루에 50명 이상 참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헌혈 독려까지 전체 문자를 보내야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높은 시민 의식을 느낄 수 있었지요. 19일에는 혈액 보유량이 4.7일분까지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관리본부는 혈액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헌혈은 줄고 있는 반면 혈액 사용량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분기에 하지 못했던 수술 등이 서서히 재개됨에 따라 2월 4주 3693단위였던 적혈구제제 평균 공급량은 4월 4주에 5420단위까지 늘었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주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혈액관리본부의 전망입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혈액 보유량 부족 상태가 지속되면 의료기관에서는 긴급한 경우 외에는 대처가 어려워지고 재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심각한 혈액 수급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현장에선 혈액 수급 문제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특정 혈액형이 부족한 날이면 해당 혈액형의 환자가 응급실에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며 “네 가지 혈액형 중 하나만 부족해도 병원에선 긴장 상태에 빠진다”고 말했습니다. 수술이 미뤄지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김진주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진료조교수는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끼리 모여 대량 수혈 절차를 맞추지 못해 응급 수술을 늦춘 사례를 공유할 때면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가슴이 철렁하다”고 말했습니다.

헌혈은 코로나19 치료에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로 개발 중인 ‘GC5131A’를 국내 환자들에게 수량 제한 없이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회복 환자가 혈장을 헌혈하면 다양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 단백질만 골라 이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개념입니다. 대구와 수도권 일부 의료기관에선 치료제에 사용될 혈장 헌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상익의 건강노트] 생명 살리는 헌혈…코로나 치료에도 '한몫'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헌혈의집에서는 방역 및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헌혈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번 안전 안내 문자를 받고 처음으로 헌혈에 참여한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헌혈에 참여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