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CP) 간 망이용료 책임 공방이 2라운드를 맞았다.

개정안 통과로 ISP인 통신사들이 망이용료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각사 입장차가 뚜렷하다. 넷플릭스와의 망이용료 갈등이 소송으로 번진 SK브로드밴드는 한시름 놓았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에 망이용료를 강하게 주문하진 못할 것이란 분위기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21일 정치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통신사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구글(유튜브) 등 해외 CP에게도 국내 이용자보호 책임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이 망 품질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얘기다.

법 개정으로 국내 통신사는 해외 CP와의 망이용료 협상에 힘이 실리게 됐다.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넷플릭스와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하는 SK브로드밴드는 한숨을 돌렸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지난달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인터넷망 이용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담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절차인 재정신청이 진행되는 도중 이뤄졌다. 작년 11월 SK브로드밴드는 방통위에 망이용료 분쟁과 관련해 중재를 신청했지만, 넷플릭스가 소송을 걸면서 이같은 재정 절차가 모두 중단됐다.

SK브로드밴드는 "법 개정으로 국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CP에 대해서도 이용자 보호 의무가 있다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마련됐다"며 "법안 통과가 국내 ISP와 글로벌 CP 간에 새로운 협력·상생 관계가 만들어지는 획기적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LG유플러스와 콘텐츠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넷플릭스는 현재 LG유플러스와 콘텐츠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KT와 LG유플러스는 처지가 좀 다르다. 큰 틀에서 법 개정으로 망 품질 안정화가 종전보다 수월해질 것이란 점에는 공감을 표했지만, 넷플릭스와의 기존 망이용료 협상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LG유플러스와 콘텐츠 독점 계약을 맺고 있다. 이 계약은 연말께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LG유플러스 가입자는 45만여명 늘었고, 인터넷TV(IPTV) 매출도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넷플릭스와의 계약기간 연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넷플릭스와 계약을 논의 중인 KT도 망이용료 공방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현재로선 넷플릭스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법 개정으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소송에서 유리해진 것은 맞다. 해외 CP에 망 이용료를 요구할 근거가 마련됐다"면서도 "KT와 LG유플러스가 법 개정을 이유로 넷플릭스를 압박할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본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가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KT 자회사 나스미디어의 '2020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PC·모바일 인터넷 사용자의 넷플릭스 이용률은 28.6%로 작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국내 유료 가입자는 3월 기준 270만명으로 2년 전(40만명)보다 6배 이상 급증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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