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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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발표, 크게 주목받았지만 투자 내용을 뜯어보면 공장의 양산 시점이 늦고 생산 규모도 작아 파급력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TSMC의 미국 공장 설립 발표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제한 소식 등 미·중 분쟁 국면과 맞물려 반도체 업계의 ‘핫이슈’가 됐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능성, 또 다른 반도체 강자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추가 투자 여부 등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21일 업계에 따르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지을 반도체 공장의 세부 내용을 보면 미중 분쟁 불똥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투자’ 성격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TSMC가 애리조나에 짓는 반도체 공장은 5나노(㎚) 기반. 대만 공장에선 이미 시험 생산단계에 들어갔다. 연내 5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TSMC 로드맵대로라면 이어 2022년 3나노, 2024년 2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미세 공정일수록 기술력이 높아진다.

미국 공장의 5나노 반도체 양산 예상시점인 2024년 기준으로 대만 공장에선 2나노까지 기술력을 고도화해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장 양산 반도체가 TSMC의 최신 주력 제품이 되긴 어렵다는 얘기다.

공장 투자 규모와 생산능력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 TSMC의 미국 공장 연간 시설 예상 투자비용은 약 13억달러 수준으로 올해 전체 투자액(150억달러)의 10%가 채 안 된다. 생산능력 또한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만장 규모로 TSMC의 12인치 팹 합계 생산능력(월 80만장)의 2% 수준에 그친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는 애플 등 대형 고객사의 주문량을 감안하면 작은 규모라며 "TSMC의 중국 난징(南京) 공장 투자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중립성을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대가'"라고 짚었다.

이번 TSMC의 투자가 면피성이 짙다 해도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로선 고민거리인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투자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한 바 있다. 11나노 이상 공정으로 국내 파운드리 공장과 비교하면 뒤처진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 시안(西安)의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에는 대규모 증설이 이어져 자칫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에 관해 결정된 바 없고 시장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지만, 업계에선 기존 현지 공장의 증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는 팹 3기를 추가 증설할 수 있는 면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