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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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달 초 금융시장 충격 영향으로 동반 하락해 연중 최저점(548만원)을 찍은 이후 한 달간 60% 이상 올랐다.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한 게 암호화폐 시장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쳤고, '비트코인 반감기(비트코인 공급량이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를 앞둔 기대감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24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91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가 900만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달 12일 이후 처음. 최근 사흘 동안 10%이상 급등하며 코로나19 악재를 극복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은 그간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가격이 오르는 등 전통 금융시장과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때문에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 때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충격에는 기존 금융자산과 마찬가지로 크게 폭락해 비트코인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나스닥, 금, 원유 등 전통 금융자산과 커플링(동조) 현상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했다. 최근 들어선 전통 금융시장이 혼조세를 보이는 도중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금융시장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변동성을 노린 투기성 수요가 가상자산 시장으로 넘어와 이같은 상승세를 견인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바올 스타베타 공동대표는 "코로나19 국면 이후 각국 정부가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집행하며 '금융시장 버팀목' 의지를 보여준 게 컸다. 정책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을 불어넣으면서 비트코인 시장이 기존 금융시장과 같이 움직이도록 뒷받침한 것"이라며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는) 투자 수요가 가상자산 시장으로 넘어온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파생상품시장 거래량 회복이 이번 상승을 견인했다는 시각도 있다.

가상자산 투자정보 분석을 위해 국내외 금융권 출신이 모여 설립된 라이즈의 인덱스팀은 "글로벌 주식시장이 반등하자 이에 발맞춰 가상자산 시장 큰손들이 비트코인의 주요 가격대별 바닥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이달 초까지 급락했던 비트코인 선물옵션 시장 거래량이 중순부터 급증하며 거래가 유입되고 있는 게 방증"이라고 했다.

그들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 파생상품이 견인하는 시장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심에는 시카고선물거래소(CME), 백트(Bakkt) 같은 대형 금융사들 선물시장이 아니라 비금융사들의 선물·마진거래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달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한 가격상승 기대감은 한 풀 꺾였다고 보면서도 "글로벌 증시가 V자까진 아니어도 U자 형태로 완만한 회복을 해준다면 비트코인 반감기 카드는 다시 한 번 큰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경제지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투기성 자산을 넘어 '디지털 금'으로 성숙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 성숙도의 도약(Bitcoin Maturation Leap)' 제하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2017년 랠리와 유사한 기념비적 랠리를 준비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가 사상 최고치로 증가했으며 비트코인과 금이 금융시장 혼란의 반사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올해 비트코인은 투기적 디지털 자산이 아닌 디지털 금으로 성숙될 전망"이라며 "비트코인의 현재 시세는 온체인(On-chain) 지표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여전히 비트코인 상승세를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진짜 안전자산'을 찾는 투자자는 비트코인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를 핑계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그저 투기꾼"이라면서 최근 비트코인 급등에 대해서도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바보들의 금'을 팔고 진짜 금을 살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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