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인허가 절차가 마지막 단계만 남겨두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전 동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다. 이르면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최종 승인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방통위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에 사전 동의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30일 과기정통부가 방통위에 사전 동의를 요청한 후 업무일 기준 15일 만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송·통신의 활력 도모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전 동의안에는 조건과 권고 사항이 들어간다. 향후 합병 법인은 과기정통부에 주기적으로 케이블TV에서 인터넷TV(IPTV)로 전환하는 가입자 비율을 제출해야 한다. 부당하게 가입자 전환을 유도하는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조치다. 케이블TV와 IPTV 업무도 2022년까지는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합병 후 우월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조치도 넣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신료 매출 대비 PP 프로그램 사용료 비율을 제출하도록 했다. PP 평가 기준에는 PP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자료도 첨부하도록 했다.

콘텐츠 투자 규모도 심사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졌다. SK브로드밴드는 약 3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투자 계획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판단하고 조건을 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자체 콘텐츠 투자계획과 콘텐츠산업 일반에 대한 투자 계획을 구분해 제출해야 한다. 콘텐츠 직·간접 투자도 구분해야 한다.

이번 결정이 LG헬로비전 재허가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할 때는 콘텐츠 투자 계획을 구분해 제출하지 않았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사실상 두 건의 기업 결합이 동일하다고 본다”며 “7월에 LG헬로비전 재허가 과정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이달 심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 인허가 절차는 모두 끝난다. 업계에서는 과기정통부에서 방통위가 내건 조건을 크게 바꾸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SK브로드밴드는 합병법인 출범 예상일을 4월 1일로 공시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