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미국 서부 여행에 나선 이수지 씨(28).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에서 7.1마일(약 11.4㎞) 떨어진 샌마테오로 이동하며 카풀 서비스인 ‘우버 익스프레스 풀’을 14.57달러(약 1만7000원)에 이용했다. 혼자 승차하는 우버X(22.26달러)보다 40% 정도 가격이 저렴했다.

같은 날 은지영 씨(29)는 낮 12시에 서울 광화문에서 12㎞ 거리인 강남역으로 가기 위해 택시비로 1만2100원을 냈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표방하는 ‘카카오 T 블루’는 호출료 3000원이 더해진 1만5100원이었다. ‘타다’는 1만5600원에서 최대 1만9800원을 불렀다.
정부가 '모빌리티 혁신 운전대' 잡으니…요금만 비싸지네
‘그림자 요금’까지 더해져

해외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는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 자가용을 활용할 수 있고 카풀 등 요금을 낮출 다양한 수단을 쓰고 있어서다. 한국은 정반대다. 승용차를 활용한 영업과 카풀이 금지돼 있어서다. 정부의 규제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인승 승합차를 기사와 함께 호출하는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은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 기본요금은 4000원이고 탄력요금제에 따라 최대 1.7배인 6800원까지 요금이 오를 수 있다. 3800원이 기본요금인 중형택시와의 차이가 3000원에 이른다. 다음달부터는 요금 격차가 더 벌어진다. 타다의 기본요금이 800원 오르기 때문이다.

이달 선보일 예정인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 택시 ‘벤티’에도 탄력요금제가 적용된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카카오는 “운임은 중형택시의 0.7배에서 두 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림자 요금’도 많아졌다. 2018년 4월 ‘스마트호출’이 시작이었다. 1000원의 수수료를 내면 카카오T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택시를 호출할 때 매칭 성공률을 높여주는 옵션이다. 지난 3월에는 승차거부 없는 대신 수수료 3000원을 내는 ‘웨이고블루(현 카카오 T 블루)’가 나왔다.

‘노쇼’를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나타난 수수료도 있다. 차량이 배차된 이후 취소 요청을 늦게 하면 발생하는 ‘배차 취소 수수료’, 운전기사와 연락이 닿지 않은 채로 탑승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미탑승 수수료’ 등이 대표적이다.

저렴한 이동 서비스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택시보다 30% 더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던 카풀 서비스는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풀러스’를 빼고 모두 서비스를 접은 상태다. 카풀 영업을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여파다.

택시를 호출하면 동승자와 운임을 나눠 내는 ‘반반택시’ 정도가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준 서비스로 꼽힌다. 이 서비스도 밤 10시에서 새벽 4시까지 서울 강남과 종로, 마포 등 12개 구에서만 쓸 수 있다.

“비싸질 수밖에 없다”

‘비싼’ 이동 서비스는 정부의 ‘택시 중심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 7월 발표된 정부의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따르면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는 일정 금액 이상의 기여금을 내고 면허를 대여해 운영해야 한다. 일정 수준으로 택시 면허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명목에서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이번 타다의 요금 인상도 기여금 부담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더 비싸질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우버처럼 노는 자원을 활용하는 공유 서비스가 나와야 비용이 떨어지는데 택시를 중심으로 한 현재 상황에서는 요금이 올라갈 일밖에 없다”며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업체가 요금을 높이면 택시업계는 물론 다른 업체에서도 같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