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검어(실시간 검색어) 조금 이상하지 않아?"
하루 10번 이상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다는 박정은(24)씨는 "'지금 이슈는 뭘까'라는 궁금증에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면 광고뿐이라 허무하다"고 말한다.

최근 실검어 순위에 상품명이나 업체의 판촉 이벤트 등 광고성 키워드로 의심되는 단어가 부쩍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같은 지적은 이달 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매일 15시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실검 1위 19개 중 15개(78.9%)가 기업의 상품 홍보를 위한 초성 퀴즈 이벤트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같은 기간 전체 380개 키워드 중 96개가 기업광고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은 실시간 검색어를 사회적 관심사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의 폐지까지 촉구했다.

[인턴액티브] 퀴즈이벤트로 '광고판' 된 실검어
실검어에 광고성 키워드가 난무하는 원인은 뭘까.

애플리케이션 업계에서 성행하는 '퀴즈 이벤트'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포인트나 쿠폰을 상품으로 걸고 특정 브랜드와 연관된 퀴즈를 내면 다수의 이용자가 정답을 맞히려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것. 그 결과 해당 키워드가 실검어로 급상승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업체가 알리고 싶은 상품이나 이벤트를 실검어 리스트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하는 효과를 낳는다.

'퀴즈 이벤트'는 토스, 캐시 슬라이드, OK캐시백, 무신사 등 많은 업체가 진행하고 있다.

업체들이 퀴즈 마케팅을 애용하는 이유는 투자 대비 효과가 크기 때문.
퀴즈 마케팅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평균 의뢰 금액은 4천만원대. 이벤트를 통해 한 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평균 두 시간 이상 검색어 순위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공개한 광고료 자료에 따르면 포털 초기화면에 상품을 노출하는 비용은 시간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지만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는 5천9백만원,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6천2백만원 선이다.

즉 퀴즈 마케팅은 네이버 초기화면 광고보다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실검어에 오르면 관련 기사가 나오기도 해 광고 이상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지만 포털 사이트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광고성 검색어를 제재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상품 정보도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인위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광고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마케팅 키워드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퀴즈 마케팅을 진행하는 A업체 홍보 담당자는 "(광고 키워드가) 빈번하게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것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을 인지해 이벤트 시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보다 강화된 운영 방침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관계자는 "광고성 키워드와 일반 키워드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한 부분도 있다"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광고성 키워드, 정치적 문구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행위에 대해 포털 사이트에 공통으로 적용할 정책이 필요한지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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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