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시각에 기업들 인플루언서 기용에 신중모드…계약 잠정중단 사례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타를 뜻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젊은 층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으로 뷰티업계 마케팅의 주역으로 떠올랐지만, 부작용도 속출하면서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최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잠정 중단하는가 하면 다른 업체들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고 있지만, 임시 처방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앞으로 당분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근본적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번복에 무단 펑크…인플루언서 '갑질'에 뷰티업계 골치
◇ 임블리 사태·탈세 논란에 인플루언서 마케팅 주춤 = 4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장품업체 A사는 2분기 들어 유튜브와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잠정 중단했다.

A사 관계자는 "최근 임블리 사태나 유튜버들의 탈세 논란 등으로 인해 고객들 사이에서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커지고 있다"며 "제품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어 예산 집행을 잠정 중지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당분간 고객 반응을 살펴보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장단점을 다시 검토한 뒤 마케팅 재개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다른 업체들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재점검하는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해 더 신중해진 분위기다.

B사 관계자는 "최근 인플루언서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마케팅에 더 조심스러워진 게 사실"이라며 "인기가 있다고 전처럼 막 계약하지 않는다.

어떤 인플루언서가 적합할지 많이 살펴본다"고 귀띔했다.

C사 역시 협찬 시 광고 표기 등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계약 번복에 무단 펑크…인플루언서 '갑질'에 뷰티업계 골치
◇ '갑질' 당해도 속앓이만 = 업계는 최근 임블리 사태나 탈세 논란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도 많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인기 인플루언서와 제품 홍보 계약을 맺었는데 갑자기 소속사를 옮겼다면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사전에 예고한 방송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채 연락도 안 받고 '잠수를 탄' 인플루언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계약인데 표준계약서가 없어서 구두로 진행했다가 계약이 깨지면 구제받을 길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시킬 수도 있겠으나, 자칫 인플루언서들의 팬덤이 등을 돌릴 것을 우려해 쉬쉬하는 게 업계의 현실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인기 유튜버는 몸값이나 영향력이 웬만한 연예인 이상이어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계약 번복에 무단 펑크…인플루언서 '갑질'에 뷰티업계 골치
◇ 피해 증가에도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서 답보 = 이런 위험 요인을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점에 업계의 고민이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접수된 SNS 상거래 관련 피해 상담은 3천370건에 달했다.

2015년 506건이었던 상담 건수는 2016년 892건, 2017년 814건, 2018년 869건 등 해마다 800건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 3월까지만 289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SNS 판매자에 대해 전자상거래 규제를 적용하거나,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거래의 경우 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채 처리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10대, 20대는 TV 대신 유튜브와 SNS를 보는 세대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지금보다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업계에서도 이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이 크다.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