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지난해 ‘개방형 바이오 IP(지식재산권) 기술사업화 사업’ 계획을 밝혔다. 바이오 분야의 우수한 원천기술을 산업 현장에 접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바이오 분야의 IP 생산력은 다른 분야보다 뛰어나지만 기술이전 건수가 부족한 만큼 이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업계에서 기대도 컸다.

10년간 7956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려던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예비타당성 조사 초기 단계인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지만 올 4월 본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기획한 참여한 한 전문가는 “사업 단계에서 최근 5년간 생산된 IP 7만 건 중 10%인 7000건을 우수 IP로 분류했는데 이에 대한 수요조사가 충분하지 않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며 “시범사업을 한 2015~2018년엔 학계와 기업의 반응이 좋았는데 정식 사업으로 선정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정부가 원천 기술 확보에만 신경 쓴 나머지 응용 연구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을 20조5328억원으로 책정했다. 생명·보건의료 R&D 예산은 2조5319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12.3%)을 차지한다.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 분야의 2조4431억원을 웃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정부의 바이오헬스산업 성장을 위한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처별로 비슷한 사업을 해 중복이 발생하고 원천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소홀하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바이오헬스 혁신 민관 공동 간담회’에서도 “임상3상 등을 위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의 바이오 R&D 예산이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쪼개진 것도 중복 사업을 초래하고 장기적 관점의 계획을 세우는 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각 부처의 특성에 맞는 업무가 있지만 실적 쌓기용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업도 강행한다는 것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고위험, 고부가가치인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특성상 기업과 연구자가 모든 짐을 짊어지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제도 개선과 함께 맞춤형 정책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