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5G '보조금 대란' 속 진격의 V50…흐뭇한 LG
LG전자의 첫 5G 스마트폰 ‘V50 씽큐(ThinQ)’가 이통3사 간 진흙탕 싸움의 중심에 섰다. 출고가 120만원에 이르는 V50은 출시 첫 날부터 통신사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에 불법 보조금(페이백)까지 더해지며 '공짜폰'으로 풀리기도 했다. 이 덕에 V50은 지난 10, 11일 이틀간 약 4만∼5만대가 개통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전작 V40 씽큐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판매점에 V50 한 대당 50만∼80만원의 장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과거에도 통신사들은 LG 스마트폰은 물론 삼성 스마트폰에도 이 수준의 장려금을 푼 적이 없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통신사들이 V50에 거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통신사들은 기지국 구축, 요금제 개선 등 5G 상용화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단말기 유통을 책임지는 통신사가 팔리지도 않을 제품에 마케팅 비용을 쏟을 이유가 없다는 것. 실제 지금까지 통신사들이 LG보다 잘 팔리는 삼성 스마트폰에 더 많은 장려금을 실었던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V50 자체 경쟁력이 통신사들의 역대급 지원을 이끌었다. V50이 첫 선을 보인 지난 2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19‘ 때만 해도 '폰더블', '경첩폰'이란 조롱이 나왔다. 하지만 국내 출시 전 V50을 직접 경험해 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듀얼 스크린'이 폴더블폰 못지 않은 강력한 멀티 태스킹을 통해 사용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일각에서는 통신사들이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장려금을 지원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 막 개화한 5G 시장에서 가입자를 뺏기느니 재정적 부담을 택했다는 판단에서다. 5G폰이 갤럭시S10 5G와 V50 둘 뿐인 상황에 가입자 유치를 위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LG 제품에 지원을 늘린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 V50 씽큐(ThinQ).
LG V50 씽큐(ThinQ).
배경이 어쨌든 LG전자로선 나쁠 게 없다. LG전자 내부에서는 이 상황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LG전자 관계자는 "기대 이상의 반응에 놀랐다. 참 오랜만이다"라고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같은 그룹 계열사도 힘을 보탰다. LG유플러스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V50을 무상 지원하며 LG 스마트폰 기살리기에 나섰다.

여세를 몰아 LG전자는 지향점인 적자 최소화를 넘어 흑자 전환도 노릴 수 있게 됐다.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LG전자가 이달과 다음달 V50 판매량을 끌어올려 올 2분기에 적자 폭을 최소화하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단,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갈수록 통신사의 지원금은 점점 축소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출고가격의 50~70%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과열 양상은 수그러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흙은 가라 앉는 법이다. V50이 통신사 간 진흙탕 싸움에서 진주가 될지는 자체 품질력에 달렸다는 얘기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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