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팀이 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로보소프트(RoboSoft 2019)’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주관한 이 대회는 세계 소프트 로봇 전문가들이 모이는 콘퍼런스다. 왼쪽부터 박 교수, 김태경 서울대 박사과정, 박해원 KAIST 교수.
“연구를 평가하는 기준은 성공이나 실패가 아닙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찾는 연구가 가치 있는 연구입니다.”지난달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신임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성근 서울대 화학부 교수(62·사진)는 “자주 쓰는 ‘연구 실패를 용인한다’는 표현에는 연구를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숨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구는 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며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가치 있는 연구”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꾸준히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 세 개 분야에 10년간 총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공익적인 기술혁신 지원 활동이다. 2013년 8월 이후 현재까지 517개 연구 과제에 총 6667억원을 지원했다. 올 상반기에는 총 44개의 연구 과제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환경오염, 난치병 극복 등 공익을 위한 과제를 포함한 게 특징이다.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입 주변과 성대 근육 움직임을 측정하는 센서와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유기준 연세대 교수팀이 대표적이다. 김 이사장은 “‘창의성’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과제도 적극 포함했다”고 했다.김 이사장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국양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출범한 2013년부터 이사로 참여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는 “일반적인 연구과제 평가는 반나절 안에 마쳐야 하는 과제만 수십 개에 달해 기존 연구 업적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미래기술육성사업은 1단계에서 블라인드 검토를 거치고 2단계에서 과제당 1시간가량 쌍방향 토론식 평가를 시도해 탈락한 연구진에도 건설적인 피드백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 시대를 맞아 기초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R&D와 경제발전을 모두 달성한 대표적인 국가”라며 “이제는 눈앞의 경제적인 성과를 넘어 기초연구 분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김 이사장은 2006년 교육부가 선정한 제1회 국가석학이며 영국왕립화학회 펠로, 유명 국제학술지 이사를 맡을 정도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다. 그는 “6년간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하면서 건설적인 비판과 비평이 학계 안에 생기고 있다”며 “이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19차 투자지원 카라반…배송로봇·치매예방로봇 관련 기업 방문배송용 로봇부터 치매 예방 교육로봇까지 다양한 인공지능(AI) 로봇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가 직접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들었다.기획재정부 혁신성장추진기획단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투자지원 카라반'이 2일 서울·경기 지역 소재 로봇 기업 두 곳을 방문해 지능형 로봇 시장 지원방안을 논의했다고 기재부가 전했다.배송용 로봇을 위한 자율주행 모듈을 개발 중인 한 기업은 로봇의 보도 통행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현행 도로교통법상 보도로는 보행자와 유모차, 휠체어만 다닐 수 있다.이 규정을 완화해 자율주행 기반 배송 로봇도 보도로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정부는 배송 로봇의 안전성 시험을 위해 보도 통행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경우 승인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치매 예방용 교육 로봇을 만드는 또 다른 기업에서는 보건소와 치매안심센터 등 공공부문에서도 교육 로봇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급사업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요청했다.또 공공구매 수의계약 기준을 현행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늘려달라고 했다.정부는 의학적 효과성이 입증된 지능형 로봇 제품에 대해서는 구매예산 확대를 검토해보기로 했다.성일홍 혁신성장추진기획단장은 "지능형 로봇 분야는 기존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융합을 통해 '가치사슬'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초기 공공수요 창출과 민간 시장 창출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이날까지 19차례에 걸쳐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투자지원 카라반을 운영해왔다./연합뉴스
올해 초 치러진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이 가장 높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80%대를 기록한 서울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합격률 상위권과 하위권 대학 간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일 법무부가 공개한 로스쿨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통계에 따르면 서울대 로스쿨의 합격률은 80.9%로 전국 25개 로스쿨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7회 시험에서 3위를 기록했던 고려대가 올해 76.4%의 합격률로 연세대(69.0%)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이어 성균관대(68.8%) 서강대(65.6%) 경희대(63.8%) 이화여대(62.5%) 영남대(61.2%) 등의 순이었다. 전국 로스쿨 평균 합격률은 50.8%였다.합격률 최상위와 최하위 간 격차는 지난해 54.0%포인트에서 올해 57.4%포인트로 오히려 확대됐다. 합격률 상위 10개 로스쿨 중 영남대(8위)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 소재 학교다.반면 하위권 10곳은 모두 지방 로스쿨이다. 충북대(37.3%) 전북대(35.6%) 강원대(32.9%) 제주대(28.0%) 등 지방거점 국립대들은 20~30%대 저조한 합격률을 보였다. 올해는 원광대 합격률이 23.5%로 가장 낮았다.2012년 ‘1회 변호사시험’부터 올해까지 계산한 누적 합격률 역시 서울대(94.3%)가 가장 높았다. 연세대(93.4%) 고려대(93.2%) 성균관대(91.0%) 경희대(90.3%) 등이 뒤를 이었다. 동아대(68.7%) 제주대(68.0%) 원광대(62.1%) 등은 누적 합격률에서도 최하위권이었다.법무부는 그동안 로스쿨 서열화 등을 우려해 학교별 합격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법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난해 3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해 작년부터 로스쿨별 합격률이 공개되고 있다.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