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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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鷄肋)'. 닭의 갈빗대라는 뜻이다. 먹기에는 양이 적고 버리기에는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계륵같은 존재'라는 표현을 쓴다.

국내 게임산업에는 다양한 계륵들이 존재한다. 여성가족부를 포함한 정부부처, 확률형 아이템, 중국 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범죄의 온상이 된 'PC방', 학부모의 골칫거리 'e스포츠'도 계륵으로 꼽힌다. 차이가 있다면 e스포츠의 경우 국내 시장 규모가 1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단연 최고의 계륵은 중국이다. 중국은 글로벌 최대 규모의 게임시장이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중국 게임시장은 지난해 379억4000만달러(약 42조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1.8%다. 게임 이용자 수는 6억1950만명. 게임에 돈을 쓰는 이용자는 2억3390만명에 달한다. 1인당 소비규모도 162.26달러(약 18만6000원·연간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이 국내 게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중국에 대한 국내 게임 수출액은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로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한다. 국내 게임시장은 글로벌 4위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데 중국 매출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중국 매출을 제외하면 글로벌 10위도 힘들다.

그러나 중국은 엄밀히 말해 국내 게임산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판호(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版號) 발급 문제와 짝퉁 게임 때문이다. 중국은 2017년 2월부터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자국 시장 영업 허가권·版號)를 한 건도 발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조치 해제와 무관하게 한국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3월부터는 당 중앙선전부가 게임·미디어·콘텐츠 산업을 맡으면서 규제는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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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게임도 상당하다. 던전앤파이터(넥슨), 크로스파이어(스마일게이트), 미르의 전설(위메이드), 배틀그라운드(펍지) 등 국내 IP를 도용한 짝퉁게임은 셀 수 없이 많다. 최근 위메이드가 자사 저작권을 침해한 중국 웹게임을 상대로 낸 서비스 금지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별다른 조치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을 극복할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판호 중단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이 무료로 게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저작권 소송 역시 '계란으로 바위 깨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국내 게임시장 진출은 빨라지고 있다. 자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산 모바일게임 수는 전년 대비 19% 늘었고 매출도 70% 이상 확대됐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인기게임의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미래 먹거리도 위협받고 있다. 뮤와 같은 유명 IP 저작권은 이미 중국업체에 넘어갔다. 국내 1위 업체 넥슨이 중국 업체(텐센트)에 매각될 경우 수 백개의 IP가 통째로 넘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등의 조언이 전부다. 차라리 "사실상 대안이 없다.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 솔직하게 다가온다. "게임 자체가 우리 사회의 계륵이 된 건 아닐까, 문제는 외부에 있지 않다"는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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