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거듭 연기…이더리움마저 '신뢰도 흔들'

주요 가상화폐(암호화폐) 이더리움이 '콘스탄티노플 업그레이드(하드포크)'를 예고한 시행일 하루 전 잠정 연기했다. 벌써 두 번째 연기다. 업계에 대한 신뢰도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더리움은 '스마트계약' 기능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돼 업그레이드를 연기했다. 지난 2016년 6월 이더리움이 800억원 규모 해킹을 당했던 취약점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더리움은 시가총액 기준 비트코인(약 71조3000억원)과 리플(약 15조1000억원)에 이은 세계 3위(약 14조4355억원) 암호화폐다. 결제 기능에 집중한 비트코인이나 리플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가장 많이 활용되는 대표적 '플랫폼형 코인'으로 분류된다.

각종 블록체인 사업 개발, 토큰이코노미 설계가 대부분 이더리움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만 기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계속 노출함에 따라 업계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

특히 레인 레티그 이더리움 수석개발자가 "이번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하드포크 역사상 가장 논란이 적을 것"이라 자신했던 만큼 실망감이 역력하다. 콘스탄티노플 업그레이드는 지난해 8월31일 열린 이더리움 핵심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제시됐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효율성 개선과 채굴보상 조정(채굴당 3→2이더리움)이 주된 내용으로 작년 11월 이더리움 메인넷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한 달 전 버그가 발견돼 올해 1월로 연기했다. 이번 연기로 예고한 업그레이드 일정을 거듭 미룬 셈이다. 이더리움재단은 18일 개발자 회의를 열어 곧 후속 일정을 밝힐 계획이다.

이처럼 이더리움이 흔들리면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하는 상당수 블록체인 서비스 상용화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 가격 하락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업계는 최근의 시세 폭락과 별개로 '기술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점에서 긍정적 전망을 해왔다.

기술력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면 부진한 시장 상황과 맞물려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특히 2016년 대규모 해킹을 당해 하드포크로 이어졌던 취약점과 유사한 문제점을 또다시 노출한 점이 상당수 이더리움 지지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

최근 1200명의 직원을 둔 세계 최대 이더리움 개발사 ‘컨센시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는 등 악화되는 시장 환경이 이더리움 개발 환경에 타격을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표주자 격인 이더리움마저 신뢰도가 하락하면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블록체인 사업 주도권도 전문 스타트업이 아닌 기존 정보기술(IT) 대기업 등의 블록체인 사업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련 제도만 갖춰지면 글로벌 IT 기업들이 퍼블릭 암호화폐 개발에도 뛰어들지 않겠느냐. 스타트업들이 서비스 질이나 개발 속도 면에서 이들 기업을 따라가긴 힘들 것"이라며 "시장 위축으로 인재들까지 대기업으로 넘어가는 위험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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