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유출과의 전쟁…'갤럭시S10' 꽁꽁 싸맨 삼성
삼성전자가 갤럭시 10주년 기념작 '갤럭시S10'을 꽁꽁 싸맸다. 내년 2월 열릴 예정인 언팩(신제품 공개행사) 전에 신제품의 핵심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발단은 최근 온라인에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S10 시제품(프로토타입) 실물이다. 이 시제품은 전형적인 개발 샘플의 외관을 지녔다. 그러나 전면 모서리 노치에 2개의 카메라를 담은 모습은 앞서 삼성전자가 ‘퀄컴 스냅드래곤테크 서밋’을 통해 공개한 시제품과 분명 달랐다.

일단 카메라가 하나 더 늘었다. 또 전면 디스플레이 위아래로 매우 얇은 베젤을 적용하면서 완제품의 최종 사이즈를 짐작케 했다. 전면만 유출돼 후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카메라 테스트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평으로 4중 카메라가 배치될 것이란 추측도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즉각 보안 점검에 나섰다. 시제품 하단 베젤 부분에 갤럭시S10 플러스의 프로젝트명인 'Beyond(비욘드)2 #02'라는 태그가 부착돼 있었던 게 컸다. 이는 삼성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 현장에서 유출됐다는 의미다. 실제 이 사진은 베트남 협력사 공장 직원이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지역의 제조사 공장과 협력사까지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추가 유출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갤럭시S10은 침체된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을 구원할 기대주다. 그만큼 공개 이전까지 핵심 정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은 신제품과 함께 공개될 때 가장 임팩트가 커진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언팩도 의미가 퇴색된다. '펑'하고 터트려야 되는데 '슝'하고 김이 빠질테니 말이다. 삼성전자가 그간 신제품의 보안을 철저히 지켰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온라인에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S10 시제품(프로토타입) 실물.
최근 온라인에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S10 시제품(프로토타입) 실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임직원들을 직접 단속하기도 했다. 고 사장은 갤럭시S8 출시를 앞둔 2016년 말 전직원에게 사내 메일을 보냈다. 고 사장은 "임직원이 관리해야 할 전략과제 시료가 중국으로 유출돼 언팩 전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주요기능들이 노출되는 등 크고 작은 보안사고로 큰 피해와 고통을 경험했다"며 제품 보안을 당부했다. 이 당시 갤럭시S8의 핵심 기능인 AI 음성비서 '빅스비'에 대한 세부내용이 공개 전까지 유출되지 않은 것도 삼성전자가 보안에 신경 쓴 결과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 유출이 꼭 해롭지만은 않다. 신제품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분명 한다. 잊을만 하면 조금씩 보여주며 소비자 호기심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식이다. 실제로 갤럭시S10은 공식적인 사전 홍보 없이도 각종 소셜미디어와 IT전문 매체를 통해 제품 사양이나 외관이 자주 노출되고 있다.

유출된 정보들을 두고 소비자들은 호불호를 따지며 갤럭시S10에 대한 기대치는 자연스레 높아진다. 애플과 LG전자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같은 유출의 긍정적 효과를 얻고 있다. 특히 애플은 언론에 의도적으로 신제품 정보를 흘리기로 유명하다. 아이폰4, 아이폰5가 그랬다.

업계에선 미출시된 신제품의 유출을 제조사의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자의에 의한 노출을 인정하지 않는다. 의도치 않게 유출됐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를 그대로 믿는 소비자는 드물다. 제조사가 아니면 절대로 알지 못할 유출 정보가 실제와 100% 일치하는 경우도 흔해서다.

유출은 제품 개선의 여지도 있다. 출시 전 시장 반응을 먼저 확인할 수 있어 단점으로 지적되는 기능이나 디자인은 수정이 가능하다. 수정이 불가능하더라도 대안은 마련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신제품의 핵심 기능 보안에는 철저하면서,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 유출에 관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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