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신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 허가를 신속하게 해주는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내놨다.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 절차와 동시에 보험수가까지 정해줘 제품을 발 빠르게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라는 비슷한 허가 절차를 또 거쳐야 하는 ‘이중규제’는 바뀐 게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고 무조건 이중 심사를 의무화하다 보니 허가가 차일피일 늦어져 제때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이 ‘규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중국에 조만간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위기론까지 제기된다. 바이오산업 투자 열기마저 식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 대상 유전자 검사(DTC) 서비스도 규제에 발목 잡힌 대표적인 분야다. 국내에서는 DTC가 비만, 피부, 탈모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돼 있다. 쓰리빌리언은 올해 세계 최초로 4000개 이상의 희귀 유전질환을 유전자 분석으로 한 번에 진단하는 서비스를 내놨지만 국내에선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가위 등 유전자 치료 연구도 암, 유전병,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같은 다른 치료법이 없는 질환으로 한정돼 있다.

이병건 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은 “효능이 없더라도 허가하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바이오산업을 키우려는 일본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