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주 52시간…만족감 높지만 구멍난 경쟁력 어쩌나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된 지 50여 일이 지나면서 게임업계의 선택 근로제가 정착되는 분위기다. 자유로운 출퇴근을 지향하는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직원들의 만족감이 높다. 다만 개발 및 서비스 직군을 중심으로 불만도 나온다. 프로젝트 출시일이 연기되고 실시간 대응이 늦어지면서 사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엔씨·넷마블(3N)을 포함한 10여개 업체들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개정 근로기준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300인 이상 기업에 해당한다. 50인 이상 기업은 2020년부터 해당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이전부터 선택적 근무제를 운용해 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년간 직원 스스로 근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했고, 넷마블도 개발직에 한해 자유로운 출퇴근을 보장해 왔다. 일부 업체들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달 간 쉬는 탄력 근무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도입됨에 따라 임직원들의 근로 환경은 한층 더 유연해진 모습이다. 직원 대부분이 근무 제도 변경에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여유로운 근무 환경을 즐기고 있다. 대형 게임사 개발 스튜디오에 일하는 A씨는 "코어 타임만 지키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며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해진 일정을 맞춰야 하는 개발팀과 실시간 오류에 대응하는 라이브 서비스 직군을 중심으로 불만이 높다. 중견 게임사 한 프로젝트 디렉터는 "프로젝트 출시일이 연기되고 실시간 대응이 무뎌지면서 '누구를 위한 근로기준법'이냐는 불만이 나온다"며 "인력을 충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사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근무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인력 채용이 업무 집중도 분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은 신작 출시 지연으로 실적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눈에 띄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한 근무 환경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업체들이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