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경주 VR 체험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VR존
승마경주 VR 체험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VR존
3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한 VR방은 기말고사를 마친 중학생들로 가득했다. 이들 나이에 다소 비싸게 느껴질법한 요금(1시간·1만5000원)도 문제될 게 없는 듯 했다. VR방을 찾은 최 모군(16)은 "몇 달전 엄마와 왔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친구들과 다시 찾았다"며 "부모님은 VR방이 PC방보다 비싸지만 건전하단 이유로 보내주신다. 유령 퇴치 게임과 야구, 승마, 번지점프 등 몸을 움직이는 게임들이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VR방이 도심형 테마파크로 주목받고 있다. 콘텐츠가 게임을 넘어 놀이기구, 스포츠 경기 등으로 확대되면서 온가족이 함께 찾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6일 국내 VR방을 집계하는 브알팬(VRfan)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VR방은 181개로 2016년과 비교해 1000% 이상 증가했다. 이는 VR 전용매장만을 집계한 숫자로 기존 매장에 작은 형태로 입접하는 '숍인숍'을 포함할 경우 점포수는 600여개로 늘어난다.

VR방은 그동안 PC방 또는 멀티방의 변형된 형태쯤으로 평가절하됐다. 마우스 대신 모형 총을, 모니터 대신 VR기기를 착용했을 뿐 차별성이 없어서다. VR 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총싸움과 같은 게임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 자체 개발한 콘텐츠를 앞세운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VR방은 도심형 테마파크로 거듭나고 있다. 유명 놀이공원의 놀이기구, 동물원 또는 여행사의 투어영상을 VR콘텐츠로 제공하면서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자본이 들어오면서 더욱 빨라졌다. KT가 GS리테일과 합작한 VR테마파크 '브라이트'와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만든 'VR스퀘어'가 대표적이다. 브라이트는 2020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목표를 앞세워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으며, VR스퀘어는 지난 3월 서울 홍대에 5층 규모(총 516평 규모)의 VR복합 건물을 마련했다.

중소업체들의 자체 콘텐츠 개발도 한 몫했다. 국내 최초로 체험형 VR 전용매장을 만든 VR존의 경우 자체 콘텐츠 비율이 80%에 달한다. 대다수 업체들의 10% 미만인 것을 감안할 때 독보적인 수준이다.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스팀 VR에 의존하다보니 콘텐츠가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가정용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어 향후 법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있다.

VR 콘텐츠는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VR 기기를 착용하는데서 오는 불편함과 어려운 게임 운영은 VR 콘텐츠를 멀리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멀미까지 발생할 경우 VR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기 어렵다.

업체들은 VR기기를 콤팩트하게 만들고 콘텐츠를 다양화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가족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이나 놀이공원에 적극 입점해 VR 알리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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