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바이오기술에 대한 평가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이상원 바이오기술평가학회장 "바이오산업 경쟁력 키우려면 기술평가 제대로 해야"
이상원 한국바이오기술평가학회 회장(사진)은 최근 경기 수원의 성균관대 약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바이오기업의 기술성 평가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보건산업기획단장 등을 지냈고, 2년 전 성균관대 제약산업특성화대학원 교수가 돼 제약기술경영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창립한 한국바이오기술평가학회의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학회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열어 바이오기술 평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최근 기술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돕기 위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술성평가를 하는 심사기관 간 평가등급 격차가 크게 나면서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다. 이 회장은 “기술성평가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두 달여간 진행된다”며 “제약·바이오 기술에 대한 정밀한 평가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바이오 기술평가에서 한국형 모델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1상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이 최종 판매허가를 받을 확률은 9.6%다. 질환에 따라서 성공 확률도 달라진다. 혈액질환은 26.1%, 암은 5.1%다. 그는 “한국에서의 신약 개발 성공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신약후보물질의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질환별 성공 확률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공개하고 있는 한국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자료 1453개를 활용해 임상 단계별 성공 확률과 소요 기간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바이오 기술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신약개발사들이 과도하게 실적 목표치를 부풀리는 행태도 경계했다. 이 회장은 “항암제를 개발한다면서 수십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며 “정밀하지 못한 예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 수부터 시작해 점유율, 경쟁자의 등장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예상치를 내놔야 모두가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한국형 바이오 기술평가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학회의 목표”라며 “재능 기부 형태로 바이오기업의 기술평가 자문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기술평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사례집 등 학술지도 발간할 예정이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