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 건설된 이산화탄소터빈 발전소.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된 이산화탄소터빈 발전소.
지난달 3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서쪽 외곽지역인 라포르테에서 세계 최초로 이산화탄소를 거의 내뿜지 않는 가스발전소가 시운전에 들어갔다. 탄소 제로(0)를 표방한 발전소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발전소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이 시험발전소는 미국 벤처회사 넷파워가 1억4000만달러를 들여 건설했다. 25㎿ 전력을 생산한다. 일본 도시바가 제작한 연소기를 시험가동하고 있다. 발전소 측은 연말까지 연소기와 터빈을 연결해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전소에는 독특한 터빈이 돌고 있다. 터빈은 고온고압의 수증기와 가스 같은 유체의 힘을 기계적 일로 바꾸는 장치다. 일반 화력발전소는 석탄과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끓인 물에서 나온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넷파워가 개발한 터빈은 증기가 아니라 뜨겁고 압축된 이산화탄소의 힘으로 돌아간다. 이른바 ‘알램 순환’이라는 원리가 적용됐다. 연소기에서 공기 대신 순수한 산소를 써 천연가스를 태운다.

연소기 내 압력을 대기압의 300배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흘려보내면 1150도까지 가열되는 ‘초임계 유체’ 상태가 된다. 초임계 유체는 액체처럼 밀도가 높을 때도 기체처럼 작용하는 상태다. 금성 표면에도 이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초임계 유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는 수증기보다 밀도가 훨씬 높아 강력한 힘으로 터빈을 돌릴 수 있다. 기존 증기터빈의 10분의 1 크기로도 같은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사용된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연소기로 가고 일부는 저장된다. 발전 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출되지 않는 방식이다.

발전소 측은 “발전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별도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어 전력의 20%가 절약된다”고 분석했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열교환장치에서 냉각돼 물로 바뀐다. 수증기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로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물을 적게 쓰는 것도 장점이다.

넷파워는 이런 발전 방식이 전기 생산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추가 수입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석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시추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려는 기관이나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탄소 나노튜브 제작에 사용할 원료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탄소 제로 발전소가 확산되려면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이산화탄소는 불을 끄는 소화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적절히 연소를 할 조건을 찾는 게 큰 문제다. 산소와 메탄을 적절하게 연소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리뷰는 넷파워발전소에 대해 “탄소 포집 발전소가 첫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이 기술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해 말 ‘획기적인 10대 기술 목록’에 이 기술을 올렸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