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즐기며 아메리카노 한잔"…부활 꿈꾸는 PC방
# 지난달 30일 오후 12시 서울 중구의 한 PC방. 손님이 적은 평일 낮이었지만, 셔츠를 입은 30대 회사원 대여섯명이 우르르 들어섰다. 이들은 익숙한 듯 자리에 앉아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했다. 점심시간인데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지도 않았다. 이들은 각자 치킨 등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 나름 풍성한 점심과 함께 게임을 즐겼다. 회사원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오후 1시가 좀 넘어서야 PC방을 나섰다.

PC방이 고사양 게임과 대형화 추세에 힙입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PC방은 그동안 '지는 업종'으로 인식됐다. 매년 100개 이상의 PC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PC방은 1만325개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8.6%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고사양 온라인게임과 대규모 PC방이 늘면서 전체 PC 대수는 증가하고 있다. 연 평균 2%씩 증가하면서 이용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60석 이하 소규모 PC방 2개가 폐업한 자리에 150석 이상 대규모 PC방 1개가 들어서는 식이다.

대규모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늘면서 매장 당 평균 PC 대수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장은 "현재 PC방 당 평균 대수는 약 80여 대로 2~3년 내 100대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프렌차이즈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대형화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 고사양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PC방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PC방들은 사양을 업그레이드하거나 배틀그라운드 전용석을 만든다. "(배틀그라운드) 전용석이 몇개 있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가 나오고 PC방 이용자가 약 3% 정도 늘었다"며 "배틀그라운드가 PC방 평균 사양을 높였다"고 했다.

PC방은 몇 년 전만 해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가출 청소년, 범죄자들이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묘사된 이유다. 그러나 최근 업체들이 이미지 개선에 집중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대형 PC방들은 비흡연자나 미성년자, 여성 고객을 이끌 수 있도록 매장에 레스토랑이나 카페·스터디룸 등을 접목시켜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의 변화했다. 덕분에 게임 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PC방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그랬다. 31일 오후 7시 서울시 광진구 한 PC방은 대학생과 퇴근한 직장인들이 가득했다. 절반 이상이 게임을 했지만 웹서핑, 드라마 시청, 문서 작업을 하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출력물을 프린트하기 위해 PC방을 찾기도 했다. PC방 관계자는 "여전히 게임 이용자들이 많지만 예전만큼 절대적이진 않다"며 "PC방을 PC카페, PC센터라 부르는 이유"라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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