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현 하버드대 의대 교수
"안과 의사가 문제 제기하면
광학·생물학·화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해법 연구"
[헬스 포커스] "의료연구도 다양한 전공자들 협업이 혁신 불러"

윤석현 하버드대 의대 교수(사진)는 안과 진단장비로 환자들의 눈을 들여다봤다. 정확한 진단이 나오기 위해서는 환자가 목표물을 30초 이상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30초간 눈을 깜박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환자는 거의 없다. 초점이 흐려지거나 눈이 시리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보스턴의 사무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안과 진단장비를 이런 방식으로 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환자와의 만남으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것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윤 교수는 2003년부터 하버드대 의대에서 전임강사로 근무하다 2005년 교수로 임용됐다. KAIST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토종 과학자의 하버드대 의대 임용은 꽤 화제가 됐다. 물리학 박사가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됐다는 사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하버드대 의대에서 광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의 웰맨센터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웰맨센터는 빛을 이용한 진단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윤 교수가 2003년 미국으로 오면서 배운 것은 융합 연구의 중요성이다.

그는 “병원 현장에 있는 안과 의사들이 기존 진단법의 문제를 알려준다”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이 해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윤 교수가 속한 연구실에는 그와 같은 물리학자를 비롯 생물학자, 화학자, 의사 등이 포함돼 있다. 다양한 분야의 협업은 이제 당연해졌다.

그의 연구실은 각막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아이디어는 현장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는 연간 100만 명이 시력 교정을 위해 라식 수술을 한다. 그런데 라식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사람 중 20%는 돌아간다. 부작용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라식은 각막을 깎는 것인데, 몇천 명 중 한 명은 시간이 지나면 각막이 돌출된다”며 “몇천분의 1의 확률이지만 악화되면 시력을 잃기 때문에 당뇨나 안구와 관련해 다른 문제가 있는 20%의 환자는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식 이후 각막이 돌출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각막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들에게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막의 건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를 선별하고, 시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문제 제기는 병원에서 나왔지만 이를 위한 해법은 광학을 전공한 그가 찾고 있다. 윤 교수는 “환자에게 필요한 진단 및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만 알아서는 안 된다”며 “다양한 전공자들의 협업이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스턴=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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