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노벨 과학상 22명 일본에 무슨 일이… 과학 경쟁력 갈수록 추락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22명이나 배출한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상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물리학과 천문학, 화학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논문이 줄고 있다. 대학의 노령화와 대학원생 감소, 고용 불안에 따른 젊은 연구자 이탈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발표한 ‘네이처 인덱스 일본 2018’에 따르면 일본의 고품질 과학 성과는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19.6% 줄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에는 1년 만에 3.7%나 하락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전체 자연과학 학술지의 1%에 머물지만 인용 횟수에서 3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학술지 68개를 정해 우수 논문을 많이 낸 대학과 연구소에 점수를 매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겉보기에 일본은 미국과 중국, 독일, 영국에 이어 영향력이 큰 논문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내는 국가로 평가된다. 전체 자연과학 논문 중 해외에서 많이 인용된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에서는 세계 4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술적 영향력이 큰 68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중 일본 논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9.2%에서 2017년 8.6%로 줄었다. 국제 학술전문출판사 엘스비어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논문 초록 및 인용 횟수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에 등록된 일본의 고품질 논문 비중도 2007년 7.7%에서 2017년 5.1%로 감소했다. 의학을 제외하고 일본이 노벨상에서 강세를 보이는 물리학과 분자생물학, 유전학, 화학 분야에서 10년 새 논문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네이처는 고품질 논문 감소가 역동적으로 논문을 쏟아낼 젊은 연구자의 일자리 감소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상위 11개 대학에서 종신 연구자는 2007년 18.8%에서 2012년에는 10.9%로 줄었다. 반면 40세 미만 계약직 연구원은 같은 기간 14.5%에서 20.3%로 늘었다. 이런 상황은 전반적인 대학의 노령화로 이어져 일본 대학의 40세 미만 교수 비율은 1986년 39%에서 2016년 24%로 떨어졌다. 일본의 젊은 연구자 상당수가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기한이 제한된 단기 프로젝트에 묶여 있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립대 정규직 교원 임금에 사용되는 관리비를 매년 1%씩 삭감했다. 대신 이런 삭감을 보완하기 위해 단기 프로젝트 성격인 과학연구보조금 같은 경쟁 자금 지원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많은 젊은 연구자의 봉급은 이런 단기 프로젝트에 묶여 있다.

일본의 박사과정 학생들은 학교 수업료, 연금 및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해야 한다. 대학 졸업생들은 대학원 진학보다는 취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자연과학 분야에서 일본 대학원생 수는 2008년 1만7945명에서 2015년 1만5910명으로 줄었다.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자연과학과 공학을 전공한 박사가 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네이처는 일본의 과학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연구성과 경영 개혁과 여성 연구자를 포함한 젊은 연구자들의 정규직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사례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신진 연구자를 키우겠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실질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 연구자의 안정된 자리가 연구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 정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