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 연구원이 경기 성남 연구소에서 줄기세포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제공
차바이오텍 연구원이 경기 성남 연구소에서 줄기세포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제공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기업 차바이오텍이 임원 급여 삭감, 자사주 전량 소각 등 고강도 경영 쇄신안을 내놨다.

차바이오텍은 2017 회계연도 실적의 연구개발(R&D) 비용 처리 문제로 외부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은 데다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지난 2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차바이오텍 "저수익 사업부 팔고 자사주 소각"
◆기초연구 부문 떼내 손실 축소

차바이오텍은 25일 주주들에게 이 같은 자구계획안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영욱 대표는 서한에서 “차바이오텍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 4년간 누적 영업이익이 677억원에 달한다”며 “회사 운영이나 현금 흐름과는 무관한 회계 처리상 문제”라고 설명했다.

차바이오텍은 기초연구 부문을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영업손실의 원인이 된 R&D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개별 재무제표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를 위해 우량 비상장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사업 양수를 추진한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신사업 진출 계획도 밝혔다. 저수익 사업부문은 떼어내기로 했다. 또 임원 급여 30%를 자진 삭감하고 조직 통폐합을 통한 비용 절감 및 효율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영쇄신으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임원진 스톡옵션도 모두 포기

차바이오텍은 주주 보호 방안도 내놨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08만7342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현 임원진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가운데 미행사분과 신규 부여 예정인 모든 스톡옵션을 반납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별 실적에서도 4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흑자 전환을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텍이 신속한 경영쇄신안을 내놓은 배경은 차병원그룹 전체로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1년 설립된 차바이오텍은 차병원그룹의 제약사, 해외병원 등 영리사업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 기업이다. 제대혈, 줄기세포 보관사업과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R&D 투자 전액 비용 처리”

차바이오텍의 관리종목 지정 단초는 R&D 비용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라 R&D 비용 일부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가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의 정정 요구로 회계 방식을 바꿨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억원 영업흑자에서 8억원 적자로 바뀌면서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4년 연속 적자는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차바이오텍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앞으로 R&D 비용은 비용으로 인식해 회계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 방식 변경은 바이오업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제넥신 바이로메드 등도 R&D를 비용으로 인식해 당초보다 지난해 이익이 줄거나 적자가 확대됐다. 2016년 말 기준으로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제약·바이오 상장사는 전체 152곳 가운데 83곳이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