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양실조 해결책 데이터 과학서 찾아라"
“좋은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는 우리는 눈이 먼 상태로 날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문제를 보지 못하면 해결하지 못합니다.”

세계 빈곤과 기아 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코피아난재단 의장·사진)은 지난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낸 특별기고에서 “빈곤과 기아 같은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가 데이터 과학에 투자하고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가 갑자기 데이터 과학에 투자하고 정치인들이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나선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엔은 2000년 세계 150개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까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이는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새천년개발목표’로 불리는 이 계획은 10억 명을 가난에서 구원할 식량과 보건 분야 등의 주요 목표를 담았다. 국제기구와 후원기관들은 2000~2015년 각국의 노력으로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에서 영양 부족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아프리카 국가인 부르키나파소는 발육 장애를 겪는 5세 미만 어린이 비율이 2006년 42%에서 2016년 27%로 떨어졌다. 가나에선 2003년과 2014년 발육장애 어린이 비율이 36%에서 19%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난 전 총장은 국제기구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보지 못하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국가에서도 지역마다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주장은 미국 워싱턴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케냐 의학연구소가 이날 네이처에 공개한 지도에 그대로 드러난다.
"세계 영양실조 해결책 데이터 과학서 찾아라"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이 지도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시간 변화에 따른 아프리카 전역의 소아 영양 공급과 발육 상태, 저체중 비율, 교육 환경을 담았다. 가로·세로 5㎞ 지역을 한 점으로 나타내는 지도는 각국 정부의 숫자 통계가 포함하지 못하던 마을 단위의 정교한 정보까지 담았다. 그만큼 더 구체적인 지역의 현황을 반영하고 있다.

아난 전 총장은 “대서양에서 홍해까지 이어지는 사하라 사막 남쪽 반건조 지대의 분쟁 국가들은 여전히 아이들이 나이에 따른 평균 키보다 작은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지역 간 불균형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와 미국 워싱턴대가 작성한 교육 불평등과 교육 수준 지도에서도 확인됐다.

아난 전 총장은 이런 모순이 국가 평균을 중요시하는 정부 통계의 한계에서 온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중부의 차드는 발육 부진을 겪는 어린이가 37%에 이르는 것으로 공개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50%가 넘는 곳이 있다. 케냐에선 5세 아이의 체력 저하율이 전국 평균은 6%에 머물지만 홍수나 질병이 발생한 지역은 28%까지 올라간다.

그는 “목표를 달성한 아프리카 국가가 없는 것도 자원을 정확한 곳에 지원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아난 전 총장은 “국가와 지역별로 진행되는 기아 퇴치 운동을 정확히 추적하려면 더 면밀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며 “이를 근거로 작성한 지도야말로 국제기구와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