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가 대전 유성의 본사 연구실에서 개량신약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가 대전 유성의 본사 연구실에서 개량신약 개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대전 유성에 있는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투지바이오는 약효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바이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치매 치료제를 한 달에 한 번 주사로 맞으면 되는 개량신약을 개발 중이다. 이희용 대표는 “복약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개량신약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 뒤 신약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다른 바이오벤처와 달리 제네릭(복제약)을 통해 글로벌 10대 제약사로 성장한 이스라엘 테바를 벤치마킹 하겠다는 전략이다.

◆약효 지속 시간 획기적으로 늘려

지투지바이오 "주사 1회로 한달 효과, 치매 개량신약 내년 임상"
지난해 3월 설립된 지투지바이오는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형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약물을 생체분해성 고분자로 감싸 미립구로 만든 뒤 서서히 체내에 녹아 흡수되도록 하는 ‘이노램프’ 기술을 통해서다. 국내외에 특허도 냈다. 기존 서방형 개량신약과는 효능에서 차별화된다. 기존 제품은 약 표면에 캡슐을 씌워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녹도록 하는 방식을 쓴다. 이 때문에 지속 시간이 길어야 12시간 정도다. 이 대표는 “약효를 한 달가량 지속시키는 서방형 기술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하루 1회 주사하던 것을 한 달 1회로 제형을 개량한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말단비대증 치료제 산도스타틴 정도다.

지투지바이오는 화장품 생산에 많이 쓰이는 기계를 개량해 입자를 균일하게 생산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이 대표는 “입자가 균일해지면 수율이 올라가 공정을 단축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그는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기술 장벽이 높아 후발주자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는 것도 개량신약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펩트론에서 시판도 경험

이 대표는 약물 지속성을 높이는 연구만 23년 이상 해 온 개량신약 전문가다. 연세대 생화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바이오벤처 펩트론에 입사했다. 15년 넘게 몸담았던 펩트론에서 이 대표는 개량신약을 개발해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판매까지 한 경험이 있다. 연 25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웅제약의 전립샘암 치료제 ‘루피어’는 그가 펩트론에서 개발해 기술이전한 개량신약이다.

지투지바이오는 첫 개량신약으로 치매 치료제를 택했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개발한 경구용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를 주사제 형태로 바꿔 개발한다. 치매 증상을 늦추거나 유지하는 치료제다. 이 대표는 “아리셉트는 하루에 1회 복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따르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개발 중인 개량신약은 한 달에 1회 주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불편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개량신약은 동물실험을 거쳐 내년 상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이 회사는 미용 의료기기 필러, 동물용 중성화 호르몬제 등의 개발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치매 치료제를 시작으로 파킨슨병, 조현병 등 신경질환 쪽으로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대전=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