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준 교수팀 "모바일 적용하면 행복·슬픔 등 감정 인식도 가능"

애플 아이폰에 들어간 'A11 바이오닉'과 화웨이 메이트10에 들어간 '기린970'처럼 딥러닝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처리용 칩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용 AI 칩과 비교해 성능과 에너지효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KAIST, 딥러닝용 AI 반도체 개발…"세계 최고 성능"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 유회준 교수 연구팀은 팹리스(반도체를 직접 제조하지는 않고 설계와 판매만 하는 것) 스타트업 '유엑스 팩토리'와 공동으로 이런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칩은 인공신경망의 가중치 정밀도를 1비트에서 16비트까지 조정해 에너지 효율과 정확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하나의 칩으로 2차원 데이터의 학습에 적합한 구조를 가져 이미지 내 객체 분류와 탐지 등에 흔히 쓰이는 '콘볼루션 신경망'(CNN)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적합한 '재귀 신경망'(RNN)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또 통합 신경망 프로세서(UNPU)를 통해 인식 대상에 따라 에너지효율과 정확도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바일 기기로 AI 기술을 구현하려면 고속 연산을 저전력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현재는 연산 속도가 느리고 전력 소모가 큰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인공지능 가속 프로세서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 칩은 세계 최고 수준 모바일용 AI 칩 대비 CNN과 RNN 연산 성능이 1.15배, 13.8배이며, 에너지효율도 40% 높다는 것이 연구팀과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인식해 행복, 슬픔, 놀람, 공포, 무표정 등 7가지의 감정상태를 파악하고 스마트폰 상에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감정인식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지난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에서 발표됐다.

작년 8월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산하 핫칩스(HotChips) 학회에서는 구글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의 최대 4배에 이르는 에너지 효율로 주목받은 바 있다.

유회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바일에서 AI를 구현하기 위해 저전력으로 가속하는 반도체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향후 물체인식, 감정인식, 동작인식, 자동 번역 등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용홍택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AI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과기정통부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AI 반도체 기술개발을 위한 대형 사업을 기획하고 있으며, 올해 중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방송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