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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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로 분위기 전환을 노린 중소형 게임사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코인 약발'의 지속력이 신통치 않은 데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커지면서 역풍까지 맞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빛소프트는 전날까지 최근 5거래일 동안 30% 넘게 급락했다. 지난 5일 가상화폐 사업 진출 소식이 전해지며 하루 만에 24.75% 급등했으나 일주일 만에 상승폭을 전부 반납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사업 진출을 발표한 엠게임과 파티게임즈도 주가가 널뛰기 중이다. 엠게임은 12월12일 가상화폐 등 신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주가가 나흘 만에 6600원까지 뛰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다시 원점을 돌아와 4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파티게임즈도 지난달 두자릿수 급등락을 반복하다 올 들어서는 1만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본업 게임은 부진…이번엔 가상화폐가 돌파구?

이들 중소 게임사들은 지난 연말부터 잇따라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었다. 파티게임즈와 한빛소프트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거래소에 상장하고, 게임 아이템 거래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빛소프트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직접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 가상화폐 사업자 제스트씨앤티에 1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파티게임즈는 지난해 5월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사이트 아이템매니아 운영사인 비엔앰홀딩스 지분 37.32%를 541억원에 인수했다. 엠게임은 가상화폐 채굴 전담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본업인 게임 사업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파티게임즈와 한빛소프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각각 24억원, 7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엠게임은 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에 이들 회사는 가상화폐 이전에도 여러 신사업을 추진하며 돌파구를 찾은 전례가 있다. 한빛소프트의 교육 사업과 파티게임즈의 건강보조식품 사업이 대표적이다. 엠게임은 가상현실(VR) 테마파크와 스마트팜 사업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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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주가엔 이유 있다

게임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들 회사의 행보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신사업엔 향후 가상화폐 업황 분석이나 차별화된 전략이 없어 '주가 부양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 테마에 엮인 종목들의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구심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세 곳 모두 가상화폐 재료가 나온 직후 주가가 급등한 후 얼마 안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사업의 성장성보다 단기 차익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았고, 그에 따른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면서 이들 업체의 분위기 전환은 더 힘들어지게 됐다.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확정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가상화폐는 물론 관련 테마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전날 한빛소프트와 엠게임은 각각 17%, 11% 넘게 폭락해 장을 마쳤다. 엠게임은 3% 하락했다. 이날 현재 주가는 일부 반등하거나 낙폭을 줄였지만 당분간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테마주는 불투명한 성장성 만큼 규제 이슈에도 취약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련 종목 주가의 널뛰기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선 가상화폐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분야라 더욱 경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게임사가 가상화페나 거래소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게임사들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이나 개발 역량을 보유한 데다 최근 본업이 부진할 경우 가상화폐 사업에 투입될 유휴 인력도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사업적 가치를 가지려면 사람들이 그 코인에 투자하고 활발히 거래를 해야 한다"며 "중소 게임사들은 인지도나 게임 이용자가 많지 않은데 자체 개발 가상화폐가 얼마나 거래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