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실로스탄CR, 대원제약 펠루비서방정, 삼진제약 플래리스. 각사 제공
왼쪽부터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실로스탄CR, 대원제약 펠루비서방정, 삼진제약 플래리스. 각사 제공
주요 중견 제약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복제약(제네릭)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 환경에서 이들은 다양한 성장 전략으로 내수의 한계를 극복 중이다.

개량신약으로 수익성 높이고 종합병원 개척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양호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4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었고, 영업이익은 254억원을 기록해 29.5% 증가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 성장률이 더 높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마진을 남기고 있다는 얘기다.

마진이 높은 개량신약의 비중이 높아진 덕분이다. 2015년 12.9%였던 개량신약 매출 비중은 올해 24.4%까지 증가했다. 개량신약은 원조약의 제형이나 효능 등을 개선한 약이다. 높은 판매가격을 인정받기 때문에 제네릭보다 수익성이 좋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의약품의 약효를 늘려주는 서방형 기술로 2010년 1호 개량신약을 출시한 이후, 개량신약의 비중을 높여오고 있다. 항혈전제인 '실로스탄CR'은 지난 4월 오츠카제약의 원조약 '프레탈'의 월 처방액을 앞질렀다.

2011년과 공동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규제 폐지, 2014년 허가용 의약품 사전생산 규정 완화로 특색없는 제네릭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탈출구를 마련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만279개 급여 품목 중 51개 이상의 제네릭이 있는 품목은 4604개로 22.7%에 달했다.

대원제약도 신약 및 개량신약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910억원으로 전년보다 10.2% 증가했다. 국산 12호 신약인 소염진통제 '펠루비정'과 개량신약 '펠루비 서방정'의 매출은 올해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펠루비는 지난 9월 해열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짜먹는 감기약 '콜대원'(일반의약품) 및 '코대원포르테'(전문의약품)도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였던 종합병원 매출은 올해 18%로 확대됐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제네릭으로는 종합병원을 개척하기 힘들다"며 "지속적인 개량신약 출시 및 영업인력 확충으로 종합병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는 말에 올라타다…고령화·만성질환 특화

삼진제약대한약품은 올 3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주력 제품 판매가 인구 고령화 및 만성 질환 증가와 맞물려 증가하고 있다.

삼진제약의 1위 매출 제품인 항혈전제 '플래리스'는 원조약인 사노피의 '플라빅스'의 국내 첫번째 복제약(퍼스트 제네릭)이다. 플라빅스의 특허를 회피해 국내에서 처음 출시됐고, 출시 첫 해인 2007년부터 100억원 이상의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복제약인 '뉴스타틴-에이'도 2014년 이후 4년 연속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고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플래리스와 뉴스타틴-에이 등 주력 제품의 원료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의 판매 증가에 따라 원가 절감폭도 커지고 있다.

수액제(일명 링거) 전문 기업인 대한약품은 수익성 개선세가 눈에 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보다 5.7%증가했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50.4%에 달한다.

국내 병원 입원일수 증가로 병원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수액제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병원입원일수의 증가는 65세 이상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병원 입원일수는 2008년 1억2500만일에서 2015년 2억300만일로 늘었다. 이 중 65세 이상의 입원일수 비중은 2008년 38%에서 2015년 47.1%로 증가했다.

여기에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기초수액제의 판매가격이 상승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의료 행위에 반드시 필요한 데 수익성이 낮아 제약사들이 생산을 꺼리는 의약품을 말한다. 이들의 생산 중단 등의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생산원가를 보전하고, 순차적으로 약가를 인상시키고 있다.

2017년 1월부터는 기초수액제를 비롯한 퇴장방지의약품은 신규 공급 계약시 상한금액의 91%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케 했다. 병원에서 1000원에 판매되는 의약품이라면 제약사의 공급가격은 910원 이상이 돼야 하는 것이다.

내년 특허 절벽 도래, 제네릭 사업 한계
퍼스트 제네릭·개량신약...중견 제약사들의 이유 있는 호실적
제네릭 국내 판매에 의존한 사업은 곧 한계를 맞이할 전망이다. 국내 특허가 만료되는 대형 의약품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IMS헬스에 따르면 2016년 이레사 타미플루 트윈스타 등의 특허 만료로 2150억원의 신규 제네릭 시장이 생겼다. 올해는 비리어드 베시케어 엑스자이드 등의 특허 만료로 256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특허 만료 품목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신규 제네릭 시장이 310억원으로 감소한다. 2019년과 2020년도 각각 900억원과 1600억원에 머무를 전망이다.

윤선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처럼 특허 만료에 맞춰 제네릭을 출시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며 "중소 제약사들은 기존 내수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각자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