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헌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선박 엔진 배기가스에서 질소산화물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탈질촉매를 살펴보고 있다.  /KIST 제공
하헌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선박 엔진 배기가스에서 질소산화물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탈질촉매를 살펴보고 있다. /KIST 제공
선박과 자동차 엔진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은 화석연료가 타면서 공기 중 질소와 결합해 나오는 부산물이다. 이 물질이 햇빛과 광학 반응을 일으키면 2차적으로 미세먼지를 생성한다. 국내에서 관측되는 초미세먼지의 4분의 3은 질소산화물을 비롯해 황산화물(SOx)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오염물질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드는 2차 생성 미세먼지로 추산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15년 선박 엔진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배출을 제한하는 친환경 규제 방안을 내놨다. 북해와 발트해, 북미 일부 해역에선 한층 강화된 배출 규정을 준수하는 선박만 통과할 수 있다. 각국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 엔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세먼지 걱정 없는 선박 엔진기술 나왔다
하헌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상온에서 배기가스 중 질소산화물만 잡아내는 친환경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발전소와 선박 엔진에서 나온 배기가스가 통과하면 물과 질소 등으로 바뀌는 원리다. 연구진은 2015년 두산엔진에 기술을 이전했다. 지금까지 이 촉매를 사용해 SCR(선택적 촉매 환원장치)이 들어간 엔진만 40기 이상 수주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000억원 규모다.

지금까지 개발된 촉매는 이보다 높은 300도 이상 온도에서 작용하다 보니 열을 더 가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촉매를 쓰지 않는 대신 별도의 기계장치로 제거하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촉매는 220도가량의 상온에서도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잡아낸다. 하 책임연구원은 “별도의 기계장치 없이 상온에서 엔진 배출 가스의 질소산화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며 “조선업계에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친환경 규제 정책을 겨냥한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2일~6월12일 6주간 환경부와 미국항공우주국이 시행한 ‘한·미협력 대기질 연구(KORUS-AQ·코러스AQ)’에서는 한반도 초미세먼지 75%가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가 정체된 기간에도 해외에서 유입된 초미세먼지비율이 48%에 이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선박과 차량에서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가 배출되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건 장거리 이동을 통해 유입된 초미세먼지 영향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선박과 자동차,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배귀남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사업단장(KIST 책임연구원)은 “한·미 공동 대기관측은 한시적인 시점과 장소에 국한된 결과일 뿐 한반도 미세먼지는 계절적 변화와 지역적 특성, 단기적 날씨 등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지역별 계절별로 면밀한 분석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